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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Mar 02. 2024

로베리의 회고록을 읽으며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54)


추낙 고대 연구소의 한 구석에 마련된 작은 책상에 놓여 있는 ‘로베리 회고록’은 100년전, 재앙 가논이 나타났을 시점에 있었던 일을 로베리가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놓은 것이었다.



첫번째 회고 기록은 100년전부터 시작했다. 재앙 가논의 등장부터...



로베리는 재앙 가논이 출몰하고, 젤다 공주가 가논을 봉인했던 일을 두고 - 재앙 가논이 젤다 공주님을 '집어삼켰다'라고 표현했다.


젤다 공주가 봉인을 했다면 가논을 누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닌가?


어쨌든, 그 일이 있은 뒤 로베리는 프루아와 함께 나를 회생의 사당에 옮겼고, 잠들게 했다는 내용도 쓰여 있었다. 프루아가 옮겼다고 하더니 그 때 로베리도 있었구나....



회고록에 따르면 회생의 사당에 나를 옮긴 다음 임파, 프루아, 로베리는 일단 카카리코 마을에 모였다가 각자 길을 떠났다고 했다. 임파는 시커의 본산인 카카리코 마을에 남고, 로베리와 프루아는 각기 다른 곳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그 이유는 세 사람이 한 장소에 머물러 있다가 한 번에 재앙 가논에게 당한다면, 언젠가 다시 깨어날 나에게 젤다님의 전언을 전할 사람이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시커족은 엉뚱한 듯 하면서도 이렇게 치밀한 면이 있다.



[ 즉, 이야기꾼은 한 사람이라도 많은 편이 좋다는 결론이다. ]



두 사람이 이사를 갈 장소는 고대 에너지가 응집된 곳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 다행히도 하테르 지방과 추낙 지방에서 많은 양의 고대 에너지가 응집된 곳을 발견했다. 그 근처로 이사하면 하이랄 성에서의 재앙 가논 봉인 연구도 계속할 수 있겠지...]



흠.. 고대 에너지가 응집되어 있다는 곳은 바로 푸른 불꽃의 가마를 뜻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각자 어디로 갈지 결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그 결과 프루아는 하테노 지방으로 가고 로베리가 추낙 지방으로 가게 되었다.



로베리는 자신이 추낙 지방으로 가기 전에, 프루아를 하테노 지방의 고대 에너지가 응집된 곳까지 배웅했다고 썼다. 거기가 지금의 하테노 마을인가보다. 로베리는 본래 프루아를 배웅할 생각은 없었지만, 프루아가 고집을 부려 어쩔 수 없었다고... 썼다.


[ 프루아 여사가 '연약한 여성을 혼자 보내려고?' 라며 억지를 부렸기 때문이다. ]



로베리는 프루아가 특별히 고집 부리는 면만 아니라면 '완벽한' 여성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흠.... 뭐. 그건 개인 성향이니까 넘어가도록 한다. 어쨌든 프루아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로베리는 하이랄 성에서 쓰던 프루아의 가이드 스톤을 수레에 싣고 임파와 헤어지며 카카리코 마을을 떠났다. 둘은 나리샤 고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시에라호를 건너 체리블랙 평원에서 하테노 요새로 갔다. ...


이제는 한번쯤 갔던 지역들이라 대략 길이 그려졌는데... 가이드 스톤을 끌고 가는 여정.. 쉽지는 않았겠다.



로베리는 하테노 요새에 이르러 약간의 상념에 잠겼던 것 같다.


[ 하테노 요새...

  그곳은 링크가 대량의 가디언과 싸워 힘을 다하였던 바로 그 땅이다. 하이랄 왕에게 검술 실력을 인정받아 젤다 공주님의 호위 기사가 된 링크였지만, 이 가디언의 수 앞에선 그 대단한 천재 검사도 당해 낼 도리가 없었겠지.... 미안하다, 링크....]



로베리가 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꼈었다니! 조금 놀랐다. 로베리가 미안할 건 없지 않나... 궁금증을 가지고 다음 장을 넘겼다. 로베리는 군인도 아니었고, 그땐 ... 4신수와 가디언을 믿고 재앙에게 대항할 작전을 짰으므로, 가논이 그 대항할 병기들을 선점해 버릴 것이라고는... 다들 상상하지도 못했지 않은가...



다음장을 읽어보니 로베리는 가디언 연구의 일인자인데 그때 내게 가디언에 대항할 어떠한 무기도 건네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이렇게 되기 전에 가디언 연구의 일인자였던 ME가 가디언에 대항할 무기를 건네주었더라면.... 하테노 요새에 있에 수십개의 가디언 잔해를 앞에 두고 그리 생각했다. ]


그리고 로베리는 그렇게 감회에 젖어 있다가, 앞서 가던 프루아와는 그 길로 말없이 헤어지게 되었다(!)고 적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속으로 꽤 웃었다. 왠지, 자기 갈 길을 가야 한다고 씩씩거리며 하테노 마을로 향했을 프루아와, 그런 프루아를 배웅한다고 따라왔지만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딴짓을 하는 로베리의 모습이 ... 상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프루아를 하테노 마을까지 배웅해주진 못했지만, 잘 갔으리라 믿은 로베리는 다시 카카리코 마을로 돌아갔다.



로베리는 카카리코 마을에 도착한 후, 남은 가이드 스톤을 다른 수레에 싣고 길을 떠나 두에스섬 무리를 건너 삼거리 산길로 갔다고 했다. 거기서 추낙 대교를 건너면 추낙 지방이란다...



카카리코 마을 쪽에서 추낙을 와 보지 않아서, 로베리가 이야기하는 지형이 어디인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로베리가 묘사한 풍경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 한가득 펼쳐진 붉은 잎사귀를 내려다보며 샤토 고개를 넘어 올드래곤 분지를 북쪽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걸로 유명한 추낙 지방이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 다행이다. ]



로베리는 중간에 가디언의 습격을 받았다고 했다. 약간 긴장되는 대목이었다!


[ 도중에 몇 번인가 가디언의 습격을 받았지만 ME는 프로... 가디언의 움직임을 막는 것 따윈 갓난아이의 팔을 비트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는 사이 추낙 등대에 도착... 리어카에서 가이드 스톤을 내렸다. ]


아... 뭐야, 제대로 어떻게 가디언을 막았다는 건지 적어 주지... 아쉽다... 가디언의 움직임을 막는 건 어린아이의 팔을 비트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쉽다는 말인 건 알겠는데, 하필 비유 대상이 어린아이….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다.


아짓 보행형 가디언은 … 힘든 상대로 느껴지는 나에 비해 로베리의 이 자신감은… 뭘까. 어떻게 싸우는지 한번만이라도 보여 주면 좋겠다…


그런데, 추낙 연구소가 원래 등대였다는 것은 좀 흥미로웠다.



로베리는 등대를 연구소로 삼은 이유에 대해, 몬스터를 감시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리고 이곳에서 홀로 연구를 시작했다.



 언제 눈을 뜰 지는 모르지만, 여하간 언젠가 나타날 나를 위해 고대 병기의 연구를 시작한 그는 푸른 불꽃으로 소재를 녹여 정련, 고대 장비로 개조했다고 썼다. 그렇게 바로 자신이 무엇을 할 지 알았던 걸 보면, 하이랄 성에서 나올 때 그의 연구는 이미 어느 정도 진척이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부터는 로베리가 어째서 체리 같은 기계를 만들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 연구란 본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만 하는 작업이다. 거기서 ME는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소재의 정련을 자동화 하면 어떨까...실행하기로 결심한 ME는 곧바로 가이드 스톤의 개조에 들어갔다. ]



그는 고대 소재를 기계에 넣으면 정련으로 실현하는 'NICE'한 기계를 고안했으며, 기계의 이름은 자신의 첫사랑 상대인 '체리'라는 여성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 로베리, 순정남이었군.... !?



그 수년 후 로베리는 가이드 스톤을 체리로 개조하는 데 성공하여 소재의 정련까지 해내도록 했다. 그러나 내친김에 고대 병기로 개조까지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는게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생겼고, 체리를 말도 할 수 있게 만든다면 더 귀엽(...)게 될 거라고 예측했다.



로베리도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상한 욕심'이라고 적고는 있으나.. 어쨌든 이러한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그의 표현대로라면 '긴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의 예상보다 고대 병기의 자동 개조는 몹시 어려운 문제여서 몇 십년이나 되는 세월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체리에게 언어 기능을 집어넣었지만, 그것도 부자연스러워 한동안 개조를 멈췄다고 했다.



그러다 로베리가 90살이 넘었을 때, 그를 찾아온 한 연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제린'. 로베리는 제린을 '아이'라고 표현했으나, 제린은 프루아 옆에서 수행을 한 연구자로, 임파의 말을 따라 로베리를 보좌하기 위해 파견되었다고 한다.



제린은 로베리를 훌륭히 보좌했을 뿐 아니라, 단푸 대지에서 푸른 불꽃을 직접 옮겼고 체리의 설계도도 재구축하여 체리를 고치는 데 일조했다. 로베리는 제린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 그녀는 유능했다. 애당초 카카리코 마을에서 이 추낙 지방까지 맨몸으로 온 시점에서,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다. ... 제린과의 공동생활 끝에 어느샌가 ME는 제린을 아내라 부르게 되었다...]


그렇구나.. 그렇게 제린과 로베리는 부부가 되었구나.. 아! 그렇다면?


나는 회고록을 읽다가 뒤를 잠시 돌아보았다. 내가 서 있는 자리 맞은편 벽에는 많은 책들이 주르륵 꽂혀 있는 벽이 있는데, 그 앞에 서서 자료를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는 한 여인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저 사람이 제린이겠지?



그 다음의 내용부터는 제린 덕에 너무 말을 잘 하게 된 체리와 나누었던 로베리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믿을 수는 없지만, 체리의 회화는 진짜 하일리아인 수준이 되었다고... 그런데, 그렇게 원활히 대화를 하게 된 체리와 로베리가 대화를 할 때마다 제린이 질투를 했다고 한다. 로베리와 기계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괴로웠으면 눈물까지 흘렸을까... 흠.. 근데 얼마나 다정하게 대화를 했으면, 제린이 질투를 할 수준인가...? 단지 기계일 뿐인데?


하지만 로베리는 힘들어하는 제린을 그냥 볼 수는 없었고, 제린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순정남 맞네) 그래서 로베리는 체리를 '시커 레인지'라 부르기로 했고, 체리의 회화 기능도 부자연스러웠던 초기로 되돌리는 일을 했다고..



회고록 뒤편에는, 둘 사이에 아들이 한 명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아들은 제린을 닮았는데, 이름을 '그라넷'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라넷이 어렸을 시절... 로베리는 짧은 평화라고 썼지만, 왠지 그 대목을 읽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 아이는 그라넷이라 이름 지어, 우리 세 사람과 기계 한 대는 이 추낙 고대 연구소에서 지냈다. 젤다 공주님께서 재앙 가논을 누르고 계신 짧은 평화 속에서... ]


로베리에겐 이 추낙 연구소가 더 없이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그 참담했던 재앙 가논의 역습 이후, 그는 가정을 꾸렸고 ... 사랑하는 아이도 무럭무럭 자랐고... 소중한 것을 더욱 지키고 싶었을 것 같은... 그래서 젤다 공주를 생각했을 것이고... 지금도, 재앙 가논의 토벌을 위해 나를 돕겠다고 하는 것이리라....


프루아가 재앙 가논 토벌을 이야기 할 때는 그냥 해야 할 일이니까 ...라고만 생각이 들었는데, 로베리의 회고록에 쓰여 있는 이 짧은 글 속에서 나는, 더 깊은 사명감을 느꼈다.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를 지키는 것의 필요성이랄까.... 하테노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크시 마을 사람들, 조라 마을 사람들, 리토족들의 여러 모습이 떠올랐다.



이 평화 속에서 자라난 그라넷은 훌륭한 청년이 되었다고, 로베리는 적었다. 그는 아들을 수행시키기 위해 세계를 둘러보라고 하고 떠나보냈다고 한다. 그라넷도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출발했는데... 그 일이 있기 전, 로베리는 프루아 곁에서 그라넷을 수행시키려고 프루아에게 가능 여부를 물어봤다고 했다. 그런데...



[ '지금은 오지 마!' 라는 한 마디 덜렁 쓰여진 편지를 돌려받았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그것이 회고록의 마지막이었다.


음... 아마도 프루아가 오지 말라고 한 때가 언제인지는 잘 모르지만.... 회춘약을 먹어서 사춘기 시절이 왔을 때라고 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그냥 그렇게 짐작해 보는 걸로.... 후훗.



잠시 읽을까 말까 망설였지만 회고록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던 대답은 쓰여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회고록에는 단푸 대지에서 푸른 불꽃을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여러번 쓰여 있었다. 아무래도 추낙 지역의 지도를 먼저 얻은 다음 불꽃 옮기는 시도를 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추낙 고대 연구소의 문을 힘차게 열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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