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지막 날을 지나고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은 여느 하루와 다를게 없이 심심하고 별 느낌이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에는 한해를 뒤돌아보게 된다.
올 2020년은 일 년 내내 코로나 걱정을 하거나 이런저런 답답함에 화만 내고 지냈던 것 같아 유난히 아쉬운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이맘때에는 나를 붙잡아주시고 인도해주신 은혜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이맘때쯤 꼭 듣게 되는 노래는 Ann Murray의 <You needed me>라는 1978년 곡이다.
미국 내쉬빌의 컨트리 뮤직 작곡가 Randy Goodrum이 작곡한 이곡은 무려 7년간이나 빛을 보지 못하다가 Ann Murray에 의해 발표되었고 1978년 Grammy Award를 수상하는 그녀 커리어상 최대 히트곡이 된다.
흰 눈이 내리는 겨울에 어울리는 중저음의 포근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의 캐나다 가수 Ann Murray는 당시 이미 <Danny’s Song> (1972), <A Love Song>(1973), <You Won’t See Me> (1974) 등 여러 히트곡을 가진 유명한 가수였다. 하지만 1978년에는 이전 4년 동안 새로운 히트곡이 없었던 상태에서 매일 공연과 TV 출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결혼을 해 아이가 태어나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수많은 작곡가들이 보내온 데모 테이프 상자를 뒤지다가 이 곡을 찾았는데 테이프에는 “Listen To Again”라고 그녀가 이전에 써 놨던 표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당시 처해있던 상황이 탓인지 처음 들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느낌과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데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의 감정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It was staggeringly beautiful and staggeringly good. I was just breathless when I heard it. I knew, I just knew.”
테이프에는 작곡자 이름 외에는 다른 정보가 없어 내쉬빌에 살고 있는 작곡가라는 것을 추정하고 내쉬빌 정보센터에 수소문해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 곡에 완전히 빠진 Ann Murray는 새로운 앨범이 이미 완성되어 LP를 찍으려고 하기 직전 제작자에게 부탁해 멈추고 이 곡을 넣었다. Ann Murray는 녹음 과정에서도 감정이 격해 무너지고 우느라 여러 take를 녹음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이 곡은 listening test를 준비한다는 미명 하에 팝송을 한참 많이 듣던 고등학교 시절 (아... 내가 1978년에 고등학생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곡 중 하나이다. 그녀의 발음은 (내가 듣기에는) 상당히 또박또박하고 듣기가 편해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이 꽤 있었는데, 듣다 보니 매우 종교적인 내용이었고 마치 예수님에 대한 나의 고백과도 같았다. 제목은 가사 내용과는 달리 You needed me인데 우리가 예수님을 필요로 하지만 역설적으로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기에, 그리고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우리를 위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항상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가 힘들 때 손을 잡아주시는 은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해의 마지막 날 감사함을 느끼며 듣기에 좋은 곡이다.
작곡자 Goodrum은 아내를 위해 썼다고 하는데 이렇게 성자 같은 아내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정작 곡을 들려주자 아내의 반응은 "좋네" 한마디였다고 한다. Goodrum은 멜로디를 먼저 만들어 놓고 한동안 가사를 쓰지 못했는데 어느 날 “I cried a tear, you wiped it dry, I was confused,”라는 문장이 떠오른 후 나머지를 쉽게 완성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문장이 가장 핵심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Goodrum의 1979년 곡 "Broken Hearted Me"이란 곡도 Ann Murray가 발표하는데 이것도 역시 좋은 곡이다.
마침 오늘 송구영신 예배에서 언급된 말씀은 로마서 5장 3-4절.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란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란은 인내를, 인내를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가사가 붙어있는 Johnny Cash 1979 Christmas Special프로그램에서 라이브로 부른 것이다.
1978년 앨범의 곡은 조금 더 느린 적절한 템포의 맑은 목소리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들어보기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