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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로잉맘 Oct 08. 2021

나라는 꽃으로 피어나다.

플라워 아트



아이도 어른도 그리고 주부도 꽃처럼 피어나라.


우리 언니는 꽃집을 한다. 오늘은 꽃집이 이사를 하게 되어 물건 옮기기라도 도와주러 갔다가 꽃만 한아름 얻어오게 되었다.  집안의 화병과 빈 유리병까지 찾아 세 군데로 나누어 놓았다. 거실에 두니 집안이 환해진다.

아들이 잠든 사이, 난 집안의 화분들을 모두 내 책상 위에 놓고 앉았다. 꽃향기를 맞으며 앉아있자니

기분이 좋아져 무언가 꼼지락 거리고 싶어졌다.


하얀 도화지를 꺼내고, 색연필로 얼굴을 그렸다.

그다음, 손이 가는 대로 꽃송이와 나뭇잎들을 붙여보았다. 더하고 더하고 빼고 더하고...

그렇게 손이 움직일 때마다 꽃이 내 얼굴 위에 피어났다.

귀걸이를 좋아하던 결혼 전 시절이 생각나 귀걸이도 만들었다.

......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때는 내가 숨기고 싶었던 나의 콤플렉스. 볼가의 점도 만들어주었다.

"그래, 이제 진짜 '나'라는 꽃 같구나!"




꽃처럼 피어나게 된 꽃집 사장


언니는 꽃집을 시작하고 언니의 인생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에 형부와 결혼해서 다음 해에 첫 조카를 낳았다. 깔끔하고 완벽주의 성격의 언니는 맨손으로 시작한 결혼생활에 두 아이를 키우며 매우 힘들어했다.

갑상선이 심해져 눈이 돌출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기면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었다.

어느 날 갑자기 꽃을 배우겠다고 하더니, 몇 개월 후 꽃집을 차렸고, 2년의 경력과 화훼 기능사

까지 따게 되이제 확장 이전을 한다. 물론 건강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힘들고 아프고 우울할 때, 언니는 큰 다발 꽃은 사지도 못하고 한 두 송이를 사서 주방 한편에 꽂아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꽃으로 위로받고 치유받다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그 꽃을 잡았다.

그리고 언니의 인생도 꽃처럼 활짝 피우고 있다.


그림으로 피어나는 드로잉맘


나는 어려서부터 미술시간을 제일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학급 게시판 및 학예회에 내 그림이 빠진 적이 없었다. 그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특별히 재능을 보이는 몇몇 아이들과 나를 비교해 보며 나에게 큰 재능은 없다고, 그저 그런 재능이라고 여겼다.

그것은 그림을 '그럭저럭 잘' 그리는 나를 내 안의 다른 능력들과의 비교가 아닌 철저히 타인과의 비교였다. 더욱이 밥벌이가 되는 진로를 가야 하는 우리 집 가정 형편상 꿈꾸지도 못할 분야로 고이 접어두었다.

내 안의 그림 재능은 뜻밖에도 아이를 낳고 나타났다.

늦은 나이에 귀하게 얻은 내 아이의  첫 돌 즈음 어느 날.

휴대폰 사진 넘치도록 찍어대다 보니, 흔한 사진으로 남기기 아까울 만큼 잠든 아이가 귀엽고 예뻤던 날이다. 집안의 흰 노트와 모나미 볼펜을 집어 동그란 얼굴과 잠든 모습을 바닥에 엎드려 그렸다. 삐뚤빼뚤.

선은 덧칠해지고, 다리는 짧고 어설프게 그린 그 그림이 나의 첫 그림 육아일기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그때, 20년 만에 그림은 다시 나에게로 왔다.


그림 육아일기를 그리며, 나는 아이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하루의 고단함을 그림으로 치유했다.

이제는 예쁘지만 몸에 불편한 옷과 같은 직업 버리고,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부르고 매일 드로잉을 한다.

그림 실력은 점점 늘고 있고, 나의 기록을 sns에 남기며, 그림으로 이모티콘과 굿즈도 만들고 다양하게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앞으로 그림 에세 이내 아이를 닮은 그림책을 쓰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이렇게 나는 '드로잉맘'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통해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아이는 꽃으로 비하면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이다.

줄기와 물과 잎과 바람과 날씨는 이 꽃봉오리를 건강한 꽃을 피우도록 보살펴주어야 만한다.


어른은 어떨까? 이미 펴 서지고 있는 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어떤 이는 꽃이 피지 않은 채 어른이 되고, 어떤 이는 자기가 어떤 꽃인지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꽃 봉오리를 보살피는데 전념해야 하는 엄마, 아빠는 '나'라는 꽃을 마주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꽃마다 피는 시가가 다르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부디 당신도, 당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어른이 되었으며 좋겠다.

나의 고목나무가 어떤 꽃을 피울지 아는 건 나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해주듯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보살펴준다면, '나'라는 향기가 가득한 어여쁜 꽃을 어른인 당신도 곧 피울 수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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