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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Dec 14. 2024

14화. 어느 날 하루(2046. 12.18)

날이 쌀쌀해지니 몸이 여기저기 뻐근하다. 이럴 때 일본 유후인 료칸 온천물에 몸 푹 잠그고 정갈한 일본식 식사를 며칠하고 나면 풀릴텐데~ 신랑도 함께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대한항공 비행기표 예매사이트에 들어간다. 아침에 여유 있게 일어나 공항을 가면 되도록 내일 오전 11시 출발 표를, 그리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도 집까지 가는 길이 너무 춥지 않을 정도로 이번주 토요일 한 오후 4시 정도에 공항에 도착하는 비즈니스 석을 2매 예매한다. 4박 5일 정도면 딱 알맞은 것 같다. 다음 주는 크리스마스니 이번에 일본에 갈 때 손주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소품들을 사 와야지. 어릴 때 원하는 대로 다 못 사주고, 그런 거 다 이쁜 쓰레기니 필요 없다고 말하며 키운 게 좀 맘에 걸리니 두 딸과 사위 것도 함께 사 와야겠다.


30대 초반 아버님 칠순 기념으로 시댁 식구들과 다 함께 유후인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때 우리 집 재정상태가 심각할 때여서 결국 우리 가족만 못 갔던 기억이 살짝 떠오른다. 이제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가는 옆동네가 되었다.


내년에는 그동안 가고 싶어 관련 동영상과 책만 열심히 보고 있던 북유럽에 가려 계획하고 있다. 신랑은 이렇게 먼 해외여행은 싫어하니 친구를 찾아봐야겠다.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아침 식탁을 차려 신랑과 함께 된장국에 나물 그리고 소고기 불고기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다. 설거지하는 신랑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 저녁은 얼마 전 새로 생긴 정갈한 한정식집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이제 두 딸도 다 독립해서 신랑과 늘 둘이 먹는데 매일 집밥을 삼시세끼 차리기는 귀찮으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만든 음식 말고 요리 전문가가 만든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어 삼일에 한번 정도는 외식을 한다.



오후엔 신랑은 스크린 골프 가고 나는 필라테스에 갈 예정이다. 골프를 배워 보라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난 그다지 흥미를 못 느끼겠다. 대신 1:1로 하는 필라테스 20회권을 결제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제일 큰 자산이 근력이라는데, 이제라도 근력을 키울 수 있어 감사하다. 내 운동비에 돈을 쓰는 것이 부담되지 않으니 운동하러 가는 것도 즐겁다. 사실 제대로 돈을 지불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몸이 너무 뻣뻣한 게 문제지만 전문가 선생님을 믿고 천천히 따라 하다 보면 되겠지.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되면 용기 내어 수영도 배우러 가 볼 생각이다. 60여 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물에 못 뜨는 내가 웃기다. 수영 좀 제대로 배워서 다음에 여행 가서 호텔 수영장에서 나도 한번 수영하는 행복을 누리고 싶다.


다음 주 셀예배는 우리 집에서 드리기로 했다. 내가 30~40대 시절 정신없이 아이 키우고 일하고 살림하느라 지쳐 있을 때 임금님 수라상처럼 정성을 들여 상을 차려 주셨던 리더님, 권사님, 집사님이 기억이 난다. 우리 셀에도 매일 정신없이 사느라 본인을 위해 제대로 밥상 차려 먹지 못하는 젊은 애기 엄마들이 많아 나도 요즘엔 두 달에 한번 정도는 우리 집에서 셀예배를 드리고 식사 대접을 한다.  요리를 한 40년 해오니 익숙해서 부담은 없다.


연말 컴패션 송년회 초대장이 왔다. 늘 마음만 있을 뿐 가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가보려 한다. 우리 딸들 키우면서 같은 나이 아이들을 꾸준히 후원해 왔는데, 가서 직접 보면 더 꾸준히 더 많이 기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고, 혹시 직접 봉사할 일이 있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을 테니까.


내 인생이 주구장창 빚만 갚는 인생일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긴 인생 딱 27년 빚 갚은 거였다.

그 후에는 빚을 갚아가며 자연스레 체화된 여러 가지 습관(냉파 해서 집밥 해 먹기, 쟁여놓지 않기, 예산 안에서 생활하기, 월급 외 추가 수익은 모두 빚 갚거나 저축하기 등) 덕분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고, 이제 무언가를 결정할 때 돈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냥 가장 가치 있는 일,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만 고민하고 하면 된다.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48세부터 저축했는데도 젊은 시절 단단히 좋은 습관을 만든 덕분에 항아리가 세지 않아 10억의 자산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자산은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나와 신랑, 그리고 가족이 행복하게, 내 주변의 이웃들이 행복하게 그렇게 잘 사용하고 흘려보내며 살고 있다. 그래서 매일 행복하다. 감사하다.


어느 날, 이 땅을 떠나 하나님 앞에 가는 날 부끄러운 부자로 얼굴 빨개져 간신히 천국에 가지 않도록 선한 청지기 역할을 잘 감당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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