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며느리 생일이라 서울사는 아들네 식구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아들 가족을 보는 것도 석 달만이다. 아침을 먹으며 남편과 내일 어떤 음식을 해다줄까 이야기를 했다.
나는 갑자기 안사돈 생각이 났다.
-여보. 안사돈 요즘 갱년기 때문에 음식도 못 드시고 마르셨다는데 삼계탕 좀 해드릴까?
-그래, 좋은 생각이야. 삼계탕 하는 김에 요셉 어르신 댁에도 2마리 해드리자고. 요즘 나가서 식사하시기도 힘드실텐데. (남편 절친 부모님이신데 어머니가 치매셔서 집에서 음식을 해드시기가 어렵다.)
-그럼 친정 고모도 해드리자. 고모부 병간호하시다 너무 허약해지셨대. 아버지가 장례식장 갔다 오셔서는 밤새 한숨만 쉬시던데.
-그려 그려. 참, 그럼 00 형님네 것도 3마리 더하자. 엊그제 생신이셨는데.
-아 맞아, 좋아하시겠네!
-내가 오늘 점심 장사 끝내고 다 직접 갖다드릴게.
우리 부부는 갑자기 신이 났다. 요즘같은 힘든 시기에 무언가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게 왜 이리 행복한지.
점심 장사를 끝내고 삼계탕을 준비했다. 창고에 있던 제일 큰 압력솥을 꺼내고 오늘 나눠드릴 닭들을 정성을 담아 푹푹 삶았다. 그리고 행복을 배달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들 집에 가져갈 삼계탕을 새로 끓이고 이것저것 준비한 음식들을 담아 아들 집으로 출발했다.
안보는 동안 부쩍 커버린 손녀딸. 이제 막 문장을 만들기 시작한 손녀는 옹알이를 섞어가며 쫑알쫑알 잠시도 입을 가만두질 않는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저녁에 예약도 있는데 하하호호하다 보니 늦어버렸다. 손녀딸 보고 함께 가자하니 따라나선다. 엄마 아빠한테 빠이빠이까지 하면서.
소소한 나눔이었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하고 나면
그 행복은 깊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