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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아 May 25. 2023

[쓰다_16] 좋은 인연과 악연

 살면서 인간은 타인과 엮어질 수밖에 없고 인연이라는 울타리를 통해 가족이 된다. 여기서 얼마나 악연을 만나게 될까? 사실, 악연보다는 스쳐가는 인연 또는 오랫동안 유지되는 인간관계 등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한 번 악연을 만나게 되면 그 깊이는 헤아릴 수 없고 정상으로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삶을 잘못 살아서 그런 것일까? 아님 내가 잘못을 했던 것일까? 사실 이건 이유가 없다 그저, 악순환으로 그 순간에 마주쳤을 뿐이다. 상대가 해치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은 말이다. 그러니 상처받은 것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오늘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삶이 참 호락하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 


위로도 아닌 있는 그대로 날것의 말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면서 한층 더 감정을 차분하게 만든다. 타인을 신뢰하는 건 쉽지 않다. 사는 동안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어렵다. 너무 가까워서 속내를 드러내 실망감으로 흐지부지 끝나는 관계성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기보단 조심성을 먼저 배우게 되었다. 어느 책에서는 고독을 잘 즐기는 사람이 어디서든 자신을 잃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고독을 외로움과 구분시키는 게 나에겐 쉽지 않다. 물론, 의도치 않게 혼자 있는 시간에 나를 들여다보게 되고 생각하기도 하는 데 이런 순간은 '문득'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연은 행운처럼 다가오는 게 아니라 이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배려와 위로는 자신이 의식해야 하는 부분으로 몸에 익숙하지 않은 이상 드러날 수 없는 행동이다. 심리학 책들을 볼 때면 위로라고 던진 말은 결코 위로가 아닌 말들이 많다. 과거엔 용기를 주는 표현이었으나 이젠 그렇지 않다. 용기란 상대방이 일어설 수 있을 때 필요하나 이것조차 힘든 이들에겐 더 억압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그저 그 마음이 고요해지기를 기다려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며 그다음에 자신의 발로 딛고 설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악연이 있기에 좋은 인연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를 보면  세상은 신기하게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한 때 '꽃길만 걸어라'라는 문구가 유행이었는 데 그 누구도 꽃길을 걸을 수가 없다. 진흙을, 평지를, 자갈길을... 그러면서 더 단단해지는 게 인간이며 삶이란 걸 더 생각하고 고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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