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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준 May 26. 2019

14. 역지사지 [ 易地思之 ]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본격적인 기업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영어로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았는지 물어보는 것처럼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는 것이다.


갑자기 기업 분석하겠다는 시간에 웬 뜬금없는 역지사지란 말인가...?


입사지원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은 누구일까?

직접적인 당사자만 나열해 보아도 다음과 같다.


1. 회사의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

2. 인사 담당 임원 및 인사팀장

3. 인사팀 실무직원 (과/차장~ 사원/대리)

4. 실제 신입직원이 일하게 될 부서의 임원

5. 실제 신입직원이 일하게 될 부서의 팀장


- 위 사람들에게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어떤 사람이 신입직원으로 들어오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

- 아니면 그들에게 더 중요하고 신경 써야 할 다른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이 입사지원을 하기 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다.




통상 어떤 사람을 신입직원으로 뽑았느냐는 인사팀에게 중요한 과업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다음과 같은 중요한 관심사를 가지게 된다. 


1. 회사의 대표이사나 주요 임원 : 해당 연도의 매출, 순이익, 사업 성장 속도, 경쟁사의 대응, 시장환경, 등 여러 변수를 이기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까...

2. 인사담당 임원 및 인사팀장 : 좋은 신입직원을 얼마나 많이 채용할 수 있을까...

3. 인사팀 실무직원 : 큰 실수 없이 빨리 채용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 서류 작업, 인터뷰 진행 등 너무 힘들다...

4-5. 실제 신입직원이 일하게 될 부서의 임원 및 팀장 : 올해 내가 해야 하는 목표가 이만큼이고 이걸 달성해야 내년에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데..., 승진할 수 있는데...,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는데...


결국, 입사지원자들과 채용에 관여하는 다른 참여자들의 생각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이런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원자가 "난 뛰어난 인재고, 창의력이 있고, 열정적이고, 협동심이 강하고, 리더십이 있고, 회사에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고..." 등등의 미사여구를 아무리 늘어놓는다고 한들, 관심이나 있을까?


내가 아무리 견고하고 색깔이 이쁜 검은색 원기둥을 가졌던들... (출처 : 구글 이미지)


솔직히 현업 임원이나 담당 팀장이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였을 때 가장 손쉬운 핑계는 "인사팀에서 사람을 뽑아주지 않아서..."이다. 반대로 사람을 뽑아줬는데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경우 들어야 하는 말은 "사람까지 뽑아줬는데 목표도 달성 못하고..."이다. 즉, 현업 임원이나 담당 팀장 입장에서는 사람을 뽑는 것보다 목표 달성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보다 좋은 핑계가 어디 있겠는가!?)




빠르게 어딘가를 가기 위해서 길을 걷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도에 관심 있으세요?", "어린이들을 돕는 일인데 스티커 하나만 붙여주세요.", "이 근처 아주 맛있는 식당이 있으니 전단지 받아 가세요."라고 말을 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 같은가? 이 상황에서 여러분의 반응이 바로 입사지원자를 바라보는 참여자들의 반응이다.


만일 낯선 사람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너무 막히니 돌아가세요."라던가 "현재 목적지에 큰 사고가 났으니 가면 안됩니다." 혹은 "목적지에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사람이 너무 많으니 조심하세요." 등의 실질적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할 수 있는 정보를 준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지원자가 준비해야 하는 정보는 바로 이런 것이다. 지원자가 얼마나 잘났고, 지원자를 뽑아주면 무엇을 할 수 있고, 지원자가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고... 등등의 관심 없는 정보가 아니라 현재 채용과정에 참여한 1~5번의 당사자가 처한 상황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그 상황을 이겨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등이 듣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 정보를 찾아보는 것은 이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지원자가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것에서 벗어나, 실제 채용과정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심사를 고민해서 그 관심사에 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지원자를 뽑아 함께 일을 함으로써 내가 하는 일이 수월해지고, 시간이 절약되며, 보다 생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는 후보자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아주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채용과정에 참여하는 임직원이 고민하는 바는 바로 이거다.


"내년에 내가 잘리지 않으려면 올해, 그리고 지금 부여받은 목표를 어떻게 달성행 해야 할까?"


그러므로 지원자에게 듣고 싶은 말은 바로 이거다.


"저를 뽑아주시면 그동안의 경험과 여러 활동을 한 과거를 바탕으로 제가 최대한 빨리 배워서 선배사원들의 시간을 빼앗지 않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면접관님께서 걱정하고 계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작게나마 기여하겠습니다."




이 멘트가 허황되지 않고 실제로 이 친구가 이렇게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려면 보다 팔딱거리는 정보를 찾아야 함은 자명할 것이다. 


팔딱거리는 정보란 내 앞에 앉아있거나 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읽을 사람이 어떤 고민을 현재 하고 있을까에서 출발한다. 극단적으로 그 사람들이 내년에 안 잘리고 그 자리에 있으려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를, 면접이나 자소서 읽기가 끝나면 바로 이어질 고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다음 편에는 채용과정 참여자들이 하고 있을 고민거리를 조금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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