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린 아이의 모습 속에서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을 잊지 않기를 희망하며
2019년 1월 18일은 둘째 딸의 16살 생일이었다. 부모의 승낙(?)하에 화장을 하고 언니의 드레스와 힐을 신고 'Cactus Club'이라는 식당에서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했다. 내 눈에는 화장한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이들을 태우고 식당으로 향했다. 흥분된 모습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몸을 흔들고 사진을 찍는다. 차 안은 마치 달리는 클럽이 된 것 같다.
"I'm so excited. I've watched Grace dress up and go to fancy dinners and today is the day I get to do it too. (너무 좋아요. 언니가 드레스 입고 이런 멋진 곳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부러웠었는데, 오늘 나도 여기에 가게 됐어요.)
아이들을 식당 주차장에 내려주고 2시간 후에 다시 데리러 오기로 약속했다. 힐을 처음 신어본 둘째는 뒤뚱거리며 친구들과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가는 둘째의 모습을 보며, 11년 전 아이의 5번째 생일 때가 떠 오른다.
2008년 1월 18일. 오늘은 둘째, 은빈이가 만 5살이 되는 날이다. 아내는 어제부터 음식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은빈이의 생일잔치를 위해서?
아니다. 그건 다름 아닌 교회 아줌마들이 은빈이의 생일이 오늘인지 모두 알고, 아이의 생일 선물을 준비해서 우리 집에 오기 때문이다. 즉, 은빈이의 생일잔치가 아니라 생일 선물을 준비해 오는 아줌마들을 위한 식사 준비인 셈이다.
지난 2주 전인가, 교회의 친한 아줌마가 아내에게 해 준 이야기가 있다. "은빈 엄마, 은빈이가 조용히 나한테 다가와서는 글쎄 자기 생일이 1월 18일이니까 QT 모임 하러 올 때 자기 생일선물을 사 가지고 오라고 해요. 자기가 원하는 선물은 Toy R Us 가게에서 파는 무슨 인형인데, 어디 있는지 모르면 우리 아빠한테 물어보세요? 라고 했단다.
우리는 황당하기도 하고, 아이가 염치없는 짓을 해서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워낙 은빈이가 교회 내에서 다져놓은 애교 덕분인지 꼭 선물을 사 가지고 오겠다고 한다. 은빈이는 이에 멈추지 않고 몇몇 아줌마들에게도 비슷한 주문을 했다고 한다. 특유의 부끄러운 듯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결국 원하는 목적은 모두 달성하고야 마는 애교 필살기를 가지고...
은빈이를 아주 예뻐해 주는 한 엄마는 은빈이에게 "아줌마가 은빈이 생일 때, 은빈이가 좋아하는 쿠키 만들어 갈게" 하였더니 결국 케이크까지 만들어 달라고 했단다. 그래도 은빈이가 워낙 애교 있게 엉뚱한 짓을 하니 모두들 즐겁게 은빈이의 주문(?)을 받아 들어준 것 같다.
자료원: 아이들의 육아일기 "http://cafe.daum.net/eunchaehouse/8UjN/71"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사하고 미래를 희망한다. 그러나 어릴 적 아이로부터 느꼈던 그 사랑과 추억을 잊지 않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