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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달 Oct 30. 2022

따로 또 같이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연결고리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음식이다. 어릴 적 내 어머니가 해주셨던 그 맛. 그 맛을 일부러 찾아 다니거나 아내에게 그때 그 맛을 종용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머니의 품과 고향, 그리고 그때 그 시절의 나를 추억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이것이 바로 ‘마더푸드’다. 그리고 또 하나, 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예산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요청으로 다문화여성들에게 한국의 전래놀이를 지도한 적이 있었다. 그분들은 다문화 인식개선사업을 위해 당신의 모국(母國)을 알리는 귀한 일들을 하는 분들이었다. 그분들과 함께한 처음의 이유는 그분들의 활동이 더욱 활동적이고 재미난 다문화 인식개선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 온달이가 하는 한국의 전래놀이를 더하기 위함이었다.

     

공기놀이, 제기차기, 고무줄놀이, 깡통차기 등등. 그때 그 시절, 한국의 전래놀이를 설명하며 신명이 차오를 즈음, 한 분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 놀이들 저희도 다 해봤는데요?”     

“정말요? 이건 한국의 전래놀인데. 다른 분들도 해 본적 있으세요?”     


대부분이 다 해보셨단다. 이름과 방법만 조금씩 다를 뿐, 나의 유년시절과 별로 다를 게 없는 놀이 경험들을 가지고 계셨다. 심지어는 거의 똑같은 놀이들도 많았다.

     

베트남에도. 중국에도. 필리핀, 러시아, 일본, 캄보디아, 태국. 그 어디에도 아이들은 있었고 그들의 고향산천에도 돌과 나무, 땅과 하늘, 물과 바람이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연을 벗삼아 함께 노닐던 추억들이 있었다.

     

온달은 칠판에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놀이들을 적어 내렸고 그 옆에 각국의 나라 이름을 적어 보았다. 그리고 나의 놀이들에 대한 각각의 설명을 마친 후.     


“선생님들이 해보셨던 놀이들 중에서 한국의 놀이와 비슷한 놀이들이 있으면 한국의 놀이 옆에 적어 보세요”     

비슷한 게 참 많았다. 온달은 자신의 이야기를 멈추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어릴 적 해봤던 놀이 중에 가장 많이 해봤고, 제일 생각나는 놀이들을 이야기 해주세요”     


앞에 나와 이야기 하는 분들의 눈빛이 빛나고, 그 이야기를 듣는 분들 모두에게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는 놀이와 함께 고향이 있었다. 그 놀이를 하던 동네 마당과, 놀이를 함께 했던 동무들. 그리고 부모형제. 그날의 선생님은 내가 아닌 그분들이었다.     


“바로 이거예요. 여러분의 모국(母國)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여러분이잖아요. 선생님들이 가장 잘 알고, 잘 할 줄 아는 것들로 해보자구요. 다문화인식개선 사업. 여러분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구요”     

2014년 여름. 그분들과 나는 “세상놀이 한마당:따로 또 같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축제장에서 당신들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전했다. 그 이듬해. 온달은 그분들과 '세상놀이연구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덧대기를 이어갔다. 회원중에 친정에 다니러 간다는 분들이 계시면 쪼매난 돈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반은 까까 사드시고 반은 그 나라 놀이책을 사다 달라고. 그렇게 모아 본 책들. 그러나 들여다 보기 어려운 그 책들은 심청이 젖동냥 하듯이 그 글씨를 알아보실 그분들을 찾아 다니며 그분들의 이야기와 함께 밑줄과 메모를 더하기도 했다.

     

이 세상 여기 저기서 ‘따로’의 삶을 살다가 이 나라 한국에서 ‘같이’의 삶을 살며 만난 그분들. 내게는 그분들이 선생님이다. 우리는 서로의 다른점 뿐만 아니라 서로가 같았던 점을 찾아 보았다. 서로의 어릴적 놀이들을 추억하며 서로의 차이와 공통점을 찾아 보았다.  

   

놀이는 고향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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