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영업회의

한류에 반한 여자

by Massoud Jun


*** 발주처 영업회의



알제리는 한국 업체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알제리를 다녀간 이후, 대우 건설이 가장 먼저 터를 잡기 시작해서 국책 사업에 하나씩 진출하고 있던 것이 이제 한국 건설 대기업이 모두 진출해서 곳곳에 신도시 건설과 환경 플랜트, 화공과 발전 플랜트 전역에 다른 나라 대기업을 물리치고 계약을 따내고 있었다.


현대는 대우 인터내셔널과 현대 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소넬가즈로부터 새롭게 나온 6개의 발전 플랜트 수주에 삼성 물산이 두 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GS건설과 대림산업이 합작해서 진출해 있었다. 삼성 엔지니어링은 사하라 한복판에 새로운 가스전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알제리는 그야말로 한국 업체의 각축장이었다. 현대는 발전 플랜트 두 곳에서 수주가 유력했다.


이 부장이 영업 팀의 기술 회의에 통역 지원을 하라는 말에 발주처 회의실로 들어갔다. 영업 팀은 호텔에 머무는 모양인지 그들이 왔다는 얘기를 지원 통역을 나간다는 당일에서야 들었다. 짧게 본사 사무실에 있을 때도,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업무 연관이 없는 각 파트 별 인원들을 만날 일이 없었는데, 같은 소속으로 만난다니 즐겁게 소넬가즈 정문으로 들어섰다.

소넬가즈의 정문엔 다른 한국 업체에서도 영업 팀들이 회의에 맞추어 대기하고 있었다. 경쟁사든 뭐든, 내가 반갑게 ‘파이팅 합시다!’ 인사하자 아무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너, 전쟁터에서 만난 적군한테 인사하면 받아 주겠냐? 순진하긴!”


이 부장이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검색대를 지나쳐 영업 팀의 회의실로 들어갔다. 김현빈 통역이 영업부장과 함께 기술회의를 주도하고 있었고 각 파트 별로 나누어져 넓은 회의장에 젊은 직원과 앉아 있는 발주처 젊은 여직원을 가운데 두고 앉았다. 회의는 주요 기술회의를 영업부장이 주도하면 주변의 기술 회의는 부분별 전문가들이 발주처 해당 담당자와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곧장 시작된 회의는 좀 우습게 진행됐다. 영업부 직원은 기술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대신, 어린 발주처 여직원은 기술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이 한류 문화에 대한 대화를 자주 했기 때문에, 짧게 기술 통역을 해주고 나면 여자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가요와 영화, 문화에 대한 얘기로 어린 티가 나는 애교를 부렸다. 그런 얘기들을 하다가 영업 직원에게 ‘얘가 자꾸 한류 얘기를 한다’며 통역을 해주자 서로서로 어색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일반적인 그들의 업무 방식이었다.


영업 직원은 기술적인 문제를 묻고 여자는 기술적인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물어보겠다면서 영업부장과 대화를 나누는 기술회의 담당자에게 물어 보곤 했기 때문에, 직원에게 그 사실을 설명하면서 알제리 젊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처럼 집중해서 회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정상이라고 얘기해주었지만 업무를 집중과 선택으로 익숙해온 한국인 마인드에는 이해 못할 상황이었다.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알제리 세티프의 여대생들, 불어도 영어도 거의 할 줄 몰랐다.



그러나 여직원은 한가지 문제를 해결해 주고 다시 한류 얘기로 소재를 돌렸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물었던 것인데, 한류 문화에 대해선 나도 관심 밖이었다. 놀라운 일은 알제리 전반에 한류가 강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리부에서 일하던 젊은 여직원은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익혀 한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고 발주처 관리들도 가끔 한류에 대해 물어오곤 했으며, 자신의 딸들이 한국의 가수와 문화에 대해 심취해 있다고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심지어 시내의 인쇄소 여직원도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해, 어느 정도 한국어가 가능했다. 대부분의 아시아인을 중국인으로 오해하여 혐오스런 말들을 생각 없이 쏟아내는 젊은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한류에 푹 빠져 있는 것을 알제리에서 느낀다는 게 기분 좋게 다가왔다. 알제리 여자들은 한국 남자들을 좋아했다. 아랍 여자들의 짙은 마스카라와 신비한 분위기의 눈동자, 둥글둥글한 글래머 체형에 선이 굵은 얼굴과 함께 한국 여자들과는 다른 느낌의 두툼한 입술이 미소로 번지면 귀여워서 자지러지는 듯한 제스처를 짓는 남자들이 많았다.


또한, 세침하고 도도하며 아기자기한 미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이지만 계산적인 한국 여자들에 비해도 이슬람 율법이 강할텐데, 알제리 여자들은 남자들의 시선을 회피하기보다 오히려 도발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남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여자들은 알제리 남자들을 상대로는 바로 응시하지 않고 눈을 아래로 시선을 피했으며 접근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것은 알제리 남성들의 실업률이 굉장했고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결혼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거기에 비해, 월 급여 50만원 밖에 되지 않는 그들의 소득 수준이 한국인들이 최소 500만원 선에서 해외에 파견되는 현실과 깔끔한 옷차림, 여자와 가족에게 책임감이 강하고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일부일처제, 여자에게 경제권을 넘기는 한국 남자들의 가정적인 모습이 지금껏 보아왔던 알제리 남자들과 당연히 비교될 것이 뻔했다. 그러나, 한국 남자들이 회사에 얼마나 충실하고 귀가 후에도 업무에 시달릴 정도로 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지 알길은 없어도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 스마트하고 존잘생긴 한국 남자들에게 마음을 줄 수 밖에 없는 그녀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그녀 때문에 곤란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기술 회의를 해야하는데, 한류라니! 뉴스도 가짜 뉴스와 여론을 호도하는 문제 때문에 아예 안보고 오로지 다큐멘터리나 역사, 낚시, 등산 등에만 관심 가진지가 오래 되었던 터라 여자가 귀여움을 떨며 계속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자 무릎을 치며 업무에 집중하자고 말했음에도 꾸밈 없는 애교를 계속 부렸다. 히잡을 쓴 머리를 쓰다듬듯이 손등으로 스치자 ‘만지지 말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기술 목록에 기재된 한 두 가지의 기술적인 것을 풀어서 전달해주면 영업 직원이 대답을 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다시 되물으면서 전달해가는 과정이 계속되자 따분함을 느꼈는지 다시 대부분을 한류 얘기로 채우면서 우리끼리 대화가 계속되자 옆에 있던 동료 직원이 내 설명에도 황당해 했다. 휴식 시간에 잠깐 나와 담배를 피우면서 한류 얘기와 더불어, 자신에게 손대지 말라고 말한 것을 영업부장에게 전했다.


“여자 애가 발전 플랜트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인지 계속 한류 얘기를 하면서 애교를 부리길래 무릎과 머리를 쓰다듬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혹시 몰라서 미리 말씀 드립니다”


스마트하고 멋진 영업부장과 직원들은 모두 별다른 말이 없었다. 큰 키에 잘 생긴데다 멋진 그들에게 섞이니 178의 내 키가 작았다. 그들이 세계를 다니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영업 능력이 대단하게 다가왔고 발주처와의 기술 회의에서도 충분한 신뢰와 한류에도 한 몫 할 만큼 처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당연하게 다가왔다. 휴식 후에 다시 시작한 회의는 오전을 꼬박 채우고서야 끝이 났다.


저녁에 만난 피엠에게도 회의 때 있었던 일에 대해 보고를 하자, 자유로운 프랑스 인들과 같이 자연스러운 행위로 이해를 한다고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회의를 위해 모였던 각 공구장들이 귀국을 하고 나도 곧 비자 만료 때문에 귀국하고 본사에 합류했다가 다시 3개월짜리 비자를 받고 현장으로 곧장 김 차장과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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