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나를 들여다보면
팔레트를 들여다보면
좋아하는 색
그래서 욕심부린 색
그냥 뭐 편히 쓰는 색
소홀히 대해 갈라진 색이
보인다.
팔레트를 들여다보면
연보랏빛으로 하늘을 채우던 기분
빨간 물감으로 장미를 적시던 향기
샛노란 색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던 온도가
만져진다.
팔레트를 보면
그날의 붓이
어디서 어디로 흘렀는지
어느 색 앞에서 뜨거웠는지
어느 색 위에서 차가웠는지
알게 된다.
굳어버린 물감 위에도
그날은 촉촉히 남아
차마 고개를 돌려버린 두 뺨이
내가 그린 장미보다 붉어지고 만다.
Photo by Gyu, W by 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