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를, 이제야 이해한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째가 낮잠 자는 모습을 보며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났던 그날. 결국,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잠시 카페에 들러 초콜릿 케이크랑 커피를 시켰다.
솔직히 말하면, 그날은 그냥은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날 둘째는 엄마~하며 손을 뻗으면서 오열하며 어린이집에 들어갔고, 나는 그 손을 떼어놓고 돌아섰다.
이제 막 낮잠을 자기 시작해 적응 중인데, 혹시 엄마 생각에 잠 못 이루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괜찮을 거라고, 금방 적응할 거라고 머리로는 수없이 되뇌었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카페에 앉아 케이크를 한 입 먹다가 문득 첫째를 키우며 일하던 때가 떠올랐다.
첫째를 낳고 7개월 만에 복직했을 때, 나는 매일이 벼랑 같았다.
출근을 해도 마음은 계속 아이한테 가 있었고, 일을 하다가도 틈만 나면 아이를 보러 가고 싶었다.
하루는 늘 쫓기듯 지나갔다.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힘들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이 상태로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복직한 지 9개월 만에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그때는 그게 도망인지, 선택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버티지 못한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여전히 같은 마음의 파도를 겪는 나를 보며,
이제야 그때의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카페에 갈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나를 위로할 줄도 알고,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를 하나 시킬 수 있는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는 걸 알았다.
그날 오후,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순간 덜컥했다. 무슨 일 있나 싶어서.
담임 선생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어머님, 오늘 낮에 둘째 보러 오셨다가… 우신 거 보고요.”
나는 그제야 내가 어떻게 보였을지 떠올랐다.
그래서, 선생님께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고,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선생님의 대답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다른 반 선생님이랑 오늘 낮에 어머님을 뵌 얘기를 하면서, '이게 엄마예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말을 듣는데 순간 너무나도 울컥해지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시간들이 한꺼번에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그간 휴직했던 시간들, 아이를 보내고 돌아서던 순간들, 일을 하며 마음이 흔들렸던 수많은 날들.
선생님은 다정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이어서 말씀하셨다.
“아이 보내고, 아이가 잘 지내나 마음 쓰이는 거, 그게 엄마예요.” “그건 틀린 거 아니에요. 당연한 거예요.”
참으려고 했는데, 괜히 더 울컥했다.
선생님은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본 엄마라고 하셨다.
“어린이집에서 오래 일했는데 이런 엄마 마음, 정말 오랜만에 봐요.
아이를 정말 많이 사랑하시는 게 느껴져서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그냥 엄마라서 그랬다는 걸.
첫째를 두고 나오던 그때, 왜 그렇게까지 버티지 못했는지.
왜 결국 휴직까지 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워킹맘으로 살아낼 의지가 약했던 게 아니라, 그렇게까지 한 아이를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있었던 거였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그때의 나를 좀 더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그때의 나를 가만히 어루만져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