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자유를 위해 내가 내린 선택
이번 주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과정에 의미 있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흘려보내기 아까워서 요즘의 근황과 생각 기록.
작년에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는 네이버 전 대표 상헌 님의 트레바리 '인생경영'을 들은 것. 일단 좋은 책을 많이 읽었고, 토론 퀄리티가 높아서 줌으로만 모여도 즐거웠다. 첫 모임 때 기억이 좋아서 그 이후에도 신청해서 총 8개월 간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 그중에서 내게 가장 영향을 주었던 책은 <도쿄 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 작년 말부터 좋다고 크게 외치고 다녔고, 내 주변에 함께 성장하고 있는 동료들도 이 책을 읽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크게 행동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포스트웍스'는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함께 쓴 숭님, 하빈님과 "프리 에이전트"에 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프리 에이전트"는 규모와 안정성이라는 조직의 장점과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의 장점을 합친 일의 방식을 말한다. 나는 요즘 브런치, 퍼블리 시즌2 인터뷰, 유튜브 등에서 꾸준히 프리 에이전트를 언급하고 소개하고 있다.)
도쿄 R부동산이 일하는 방식과 프리 에이전트 구조에 매력을 느낀 우리는 각자의 일을 진행하면서, 프리 에이전트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도모해보게 되었다. 일단 모임의 이름을 '다음'을 뜻하는 포스트와 '일'을 뜻하는 웍스를 붙여 다음의 일을 고민한다는 의미를 담아 '포스트웍스(POST/WORKS)'라고 지었다. (/) 슬래시는 숭님 아이디어였는데, (마케터 / 작가 / 유튜버) 등의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하고, 서로 기대 있는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이 생각이 너무 귀여웠다!) 이름을 짓고 노션 페이지를 후다닥 만들었다.
포스트웍스를 만든 이유
- 일의 새로운 방식을 고민합니다. 우리의 모임은 '각자의 일을 진행하면서 때에 따라 프리 에이전트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마케터들의 작은 도전입니다. 이 느슨한 연대가 좋은 레퍼런스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 '함께'의 힘을 믿습니다. 애정 하는 일터 밖 동료들과 사람 간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며 시너지를 냅니다
- 업계마다 다른 마케팅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포스트웍스 노션 페이지 중>
우리 셋 주변의 다른 동료 마케터들이 모여 현재 멤버가 꾸려졌다. 쏘이가 포스트웍스의 로고를 멋지게 작업해주며 현재 모습이 되었다.
2월 1일에 공개한 포스트웍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대의 힘은 이제 시작이지 않을까. :)
필로스토리의 공동 대표인 채자영, 김해리. 두 친구 덕분에 진행한 프로젝트도 이번 주에 끝났다.
자영이와 해리도 나처럼 둘 다 프리 에이전트로 독립적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셋은 가치관이 비슷해서 말이 잘 통하는데, 서로 하는 일은 조금씩 다르다. 자영이와 해리도 필로스토리 일뿐만 아니라 각자 다른 일도 하고 있다. 자영이는 전문 프리젠터, 해리는 문화 기획자, 나는 마케터. 셋의 공통점이라면 이야기 덕후라는 것, 그리고 글을 쓰기 좋아한다는 것. 작게 반짝이고 있는 것을 발견해서 감동받고 크게 외치기를 좋아한다. 그런 면에선 자영이도 해리도 마케터 같기도 하다 :)
해리와 자영이가 좋은 기회에 나를 포함시켜준 덕분에 내가 재밌어할 만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성동구청의 도시재생 성과를 정리하는 매거진을 우리 셋이 제작하게 된 것! 안 그래도 성수동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성수동을 기록한다니요. 저는 너무나 감사하지요. 해리, 자영이와 성수동을 누비고, 인터뷰도 진행하고,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담으며 덕업 일치의 마음으로 일했다.
내가 감탄한 건 우리 셋이 일하는 속도와 조합이었다. ㅎㅎ 너무나 타이트한 일정임에도 각자의 강점이 시너지를 내서 신나게 일했다. 1월 5일에 첫 미팅을 했는데 1월 7일에 100페이지의 모든 구성이 80% 짜였다. 서로에게 감탄하면서? 일했다 (ㅋㅋㅋ)
일단 미팅이 끝나는 시점이면 이미 노션에 해리가 모든 미팅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한 상태이고, 정리가 너무 명확해서 이는 거의 바로 파트너에게 발송된다. 자영이는 프레젠테이션의 이야기 흐름을 잡는 능력으로 책자의 큰 흐름에서 중요한 꼭지들을 콕콕 집어왔다. 허투루 쓴 시간이 없었다. 신기한 건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없었다. 우리 셋의 정보를 구조화시키고 정리하는 능력이 제각각 발현되어 목차와 책의 흐름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잡혔다. 책에 들어가는 사진은 내가 함께 일하고 있는 TPZ와도 협업으로 진행됐다.
전문 능력이 있고 서로 가치관이 통하는 게 있다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연결되는 프리 에이전트의 세계... 너무 재밌다... 그리고 한 달이 흐른 지금. 이미 사진과 디자인 작업을 마친 상태로 곧 있으면 인쇄에 들어간다. 너무 감사하고 유익했던 조합! 둘 덕분에 새해를 더 기분 좋게 시작했다. 좋은 기회를 준 자영이와 해리 다시 한번 고마워요.
동기부여의 3요소를 정리한 것으로도 유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프리 에이전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프리 에이전트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구조로 일하는 것이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더 이득인 상황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많아지고 개개인이 소비자이자 생산자, 미디어처럼 되면서 마켓은 더 세분화되고 니치하게 변하고 있다. 초연결사회에 팬데믹으로 인해 거의 모두가 원격 근무를 경험하며 미래는 더 빠르게 앞당겨졌다.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시점에, 독립을 꿈꾸는 프리 에이전트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 벌써 6개월째 프리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느낀 장점들을 기록해보자면 이렇다.
개인에게 좋은 점
무조건 1번은 자유.
일단 내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전에는 왜 그렇게 눈치를 봐야 했을까. 딴짓을 하느라 맡은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문제겠지만, 책임감 있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개인 프로젝트는 되려 직장에서 하는 일에도 시너지를 준다. 더 많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로 회사에도 돌려줄 것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쿄 R부동산은 오히려 겸업을 권장한다.)
내 시간을 나에게 맞춰서 조율한다.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율하고 쓸 수 있다. 몸이 안 좋은 날에는 낮에는 푹 쉬고 저녁에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 몰입해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아 오히려 생산성이 오른다.
더 많은 도전이 가능하다.
궁금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일들을 해볼 수 있을까? 그 답을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나는 요즘 매일의 일상이 만족스럽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커졌고, 마케터로서 하는 일이 서로가 서로에게 에너지를 준다. 마케팅 일을 하다가 지치면 글을 쓰면서 기분을 환기시킨다. 시간을 보다 자유롭게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돈을 더 빠르게 많이 번다.
회사를 나와서 돈을 더 잘 벌고 있다. 프리 에이전트로서 길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구체적인 자기만의 강점으로 어떤 시장을 만들기도 하고, 이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찍어둔 점들이 연결된다. 그런 과정에서 꼭 '월급'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수입 루트가 생긴다. (프리 에이전트는 그간의 시간으로 쌓인 능력과 네트워크가 도움이 된다. 이 '과정'이 없이는 현재도 없었을 것이다. 내공을 쌓은 뒤에만 가능한 것들이 있다.)
안정성과 규모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지만 지속적으로 함께 일한다는 안정성이 있고,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일을 벌일 수 있다.
회사에게 좋은 점
좋은 전문 인력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더 적은 비용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고급 인력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프리 에이전트나 원격 근무의 형태로 '자유'를 보장해준다면, 몸값이 높은 사람들도 솔깃해한다. '자유'는 그만큼 값지다. 인재들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성과는 시간에 꼭 비례하지도 않는다. 집중이 안 되는 채로 8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2시간 몰입해서 일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낼 때도 많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재 있는 예산으로 고급 인력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는 힘들어도, 그 사람의 전문 지식, 능력, 네트워크의 일부를 '구독'하는 개념으로 생각해보면,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성과와 네트워크를 끌어올 수 있다. 팬데믹 시대로 모든 게 변화하며 불안정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이런 형태의 비정규직 계약은 비단 돈뿐만 아니라 다른 방면으로도 부담을 덜어준다. 꼭 장기 계약이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의 단기 계약도 가능하다.
회사 밖 인프라/아이디어
회사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관점, 아이디어, 전문 네트워크를 줄 수 있다. 프리 에이전트는 일하는 모습의 특성상 네트워크가 넓을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계 동향을 잘 알고 있고, 정보를 빠르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 내부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이나 관점을 제시하거나 제안해줄 수 있다. 기존과는 다른 네트워크와도 더 쉽게 협업할 수 있다.
2월 4일에는 개인 사업자를 냈다! 작년부터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사이드 뉴스레터를 설 이후에 재개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에 로고도 바꾸고, 그 로고로 스티커를 만들었는데 스티커가 정말이지... 너무 심하게 귀엽게 나와서 판매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 결정을 하면서 통신판매업 신고를 위해 사업자가 필요하게 됐고, 고민 끝에 사업자를 내기로 결정!
굿즈도 판매하고, 사이드로 구독 모델도 시도해보고,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도 계속하면서 프리 에이전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 2월 4일에 사업자를 내서 외우기가 쉽다.
올해부터 유튜브도 꾸준히 하고 있다. 유튜브 코드 진행하면서 “내일의 일” +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걸 얼른 영상으로 올리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고 찍었다.
유튜브 코드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프리 에이전트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맥락으로 아티스트도 더 많아질 것이다. 프리 에이전트가 마치 새로운 형태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 스포츠 선수들이나 아티스트들,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각자 자기 일을 진행하면서 때에 따라 함께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위해 협업한다. 따로 또 같이 함께 일하는 구조는 아티스트 크루들만 살펴봐도 곧바로 이해가 간다.
모두가 아티스트인 시대. <퇴사는 여행>에도 썼지만, 예전부터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말이다. 꼭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고, 예술적인 일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모두가 아티스트다. 우리는 어떤 걸 만들기 위한 크리에이티브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는데 획일화된 시스템 안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며 그 창의성을 죽이게 된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게 밥 먹여주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게 정말로 밥 먹여주는 시대다. 그냥 과거에 좋아해서 한 일들이 현재의 나에게 다양한 형태로 선물을 주고 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난다. 영화 <소울>에서 말하는 '스파크'. 나는 그 스파크를 지키고 더 키우기 위해 프리 에이전트의 방식을 택했다. 2015년에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을 보는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문장이 있었다.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것들을 이제야 실행해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해서 정말 다행이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나는 추월차선의 출발선에 있는 기분이 든다. 아직은 속도를 내기 전이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이 이곳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 원하는 길로 진입해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실행하며 나만의 속도로 이 모험을 즐겨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