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마트 기획, 마케팅 비하인드 스토리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던 프로젝트. '식물 편의점' 컨셉의 루비마트가 가오픈했다. 일주일 동안 칸쿤을 다녀오자마자 가오픈을 해야 하는 빡센 스케줄이었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준비하고, 돌아오자마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설치를 시작해 루비마트 완성! 쿵짝이 잘 맞았던 루비 팀과 멋진 작가님들 덕분에 만족스럽게 공간을 꾸밀 수 있었다. 영상도 많이 찍어놨지만, 편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테니까. 더 늦기 전에 후다닥 적어보는 '루비' 프로젝트에 관한 기록.
이렇게 멋진 작가님들, 브랜드와 협업하다니!! 식물 좋아하는 분들 모두 연희동 사러가마트 옆 루비마트로 놀러 오세요!
미팅 외에는 일하는 방식도 모두 원격으로 진행되었고, 기획, 디자인, 마케팅, 제품 제작, 공간과 작가님들 섭외까지 운이 좋게도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식물과 예술을 사랑하는 나의 또 다른 덕업 일치 프로젝트!
루비마트 프로젝트는 올여름, 집 앞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던 나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이전에 디지털 에이전시를 같이 다니던 팀장님의 전화. 팀장님은 회사를 나온 이후에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루비"라는 이름의 친환경 종이로 만드는 화분 브랜드였다.
팀장님(=루비 대표님)은 나에게 온라인(특히 소셜) 마케팅을 맡기고 싶어 했고, 나는 초반에는 SNS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긴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1년 동안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하며 "운영"은 생각보다 많은 리소스가 들어간다는 것을 이미 확인하고 난 후였고, TPZ의 브랜딩 파트너로 일하면서 지속적인 형태로의 협업은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역으로 다시 제안을 했다. 차라리 오프라인 공간에서 기획 형태로 팝업, 전시를 열면 내가 그 기획과 마케팅에 참여하고 그 프로젝트를 온라인을 통해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팀장님은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박수를 쳤고 그렇게 순식간에 일을 받게 되었다. 그때 팀장님이 내게 했던 말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찐으로 지켜졌다.
혜윤아 너 하고 싶은 거 다해. 우리 진짜 재밌게 해 보자.
가져가는 기획마다, 섭외하고 싶어 한 브랜드와 작가마다 못하게 한 일이 하나도 없다. 그저 함께 옆에서 손뼉 치며 좋아하셨을 뿐! 그래서 나도 더 신나게 내 꿈을 펼쳤다 (>_< 좋아하는 작가님들, 브랜드들 대거 섭외해서 매번 거의 야호! 를 외치면서 일했다.)
성수동 카페에서 루비 팀과 만났다. 대표님(팀장님)과 실장님 두 분이 나오셨다. 그중 디자인 실장님은 이전 회사에서 함께 일한 사이였다. (이렇게 인연이 이어진다. ㅎㅎ) 루비마트는 나를 포함해 총 4인이 만든 프로젝트다. 제품 제작, 디자인, 마케팅. 이렇게 각자의 영역과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프로젝트였다.
웃긴 건, 사실 대화를 엄청나게 많이 나누지도 않았다. 그냥 뭔가 딱딱 맞았다. 아 하면 어 하고 맞아 맞아하고 진행됐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엄청나게 효율적이었다. 각자 필요한 것을 말하면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서포트하고, 정보가 공유된 이후에 일 자체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나와 팀장님은 이전 회사에서 일할 때도 쿵짝이 잘 맞았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그랬다. 일을 하는 계획을 촘촘히 하기보다는 기획 자체에 힘을 썼고, 팀장님은 내가 뭘 하든 그냥 믿어주었다. 마케팅 예산도 아예 통으로 다 주셨다. 결코 적지는 않은 예산. 이 안에서 알아서 해보라고 전체 예산을 줬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 확 늘어났다.
지난 회사에서도 프로젝트의 PM 역할을 했기 때문에 기획부터 일의 진행과 예산 관리까지 처음 해보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할 때보다도 더 큰 책임과 권한을 주셨던 것 같다. 아예 프로젝트의 '디렉터'로서 결정권이 내게 있었다. 내가 내 의견을 대표에게 확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케팅과 기획 면에 있어서는 팀장님이 내 의견을 물었다. 나를 정말 전문가로 봐주시는구나 싶어 감사했던 부분.
오프라인 팝업/전시의 컨셉은 단어 하나가 나온 순간 모두 "이거다" 싶었다.
식물 편의점
이 단어가 나온 이후로 바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융지트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 덕후가 된 나는 이미 '식물 편의점'이란 컨셉 자체에 신날 대로 신나 있었다. 너무 재밌을 것 같아!
루비는 종이로 만든 화분이기 때문에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식물을 좋아하는 작가들을 섭외해 화분에 그림을 그리게 하고, 전시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거기에 "식물 편의점"이라는 컨셉에 맞춰, 식물도 구매하고 관련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는 팝업을 열기로 했다.
가장 고민했던 것이 공간이다. 식물 편의점 컨셉을 잘 살릴 수 있으면서도 일정, 예산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했기 때문에 공간을 구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고민이기도 했고. 그러다가 정말 완벽한 파트너를 찾았다. ㅠㅠ 어반플레이에 연락했다가 역으로 '정음철물'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다. 정음철물은 철물점이었던 공간을 팝업 형태로 쓰고 있는데, 이거 너무 이름과 공간부터가 식물 편의점 컨셉에 딱이잖아요.
어반플레이에서 여러모로 우리를 배려해주고 운영을 도와주셔서 더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다. 여러가지로 감사한 파트너. 이번에 '식물 편의점'이 정음철물과 너무 잘 어울려서 이 공간을 더 알리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공간이 정해진 이후 바로 한 일은 팝업/전시를 함께할 작가님들을 섭외한 일이다. 내가 평소에 덕질하던 작가님들을 대거 섭외하였다. ㅠㅠ 먼저 앞쪽 쇼룸을 꾸며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던 예진문님을 섭외했다. ㅠ_ㅠ '식물과 공간' 했을 때 바로 떠오른 작가님. 예진문님의 감성을 사랑하는데, 메일을 보내고 섭외에 응해주셨을 때 진짜 길거리에 있었는데 너무 신나서 혼자 입틀막 했다.
그리고 팬으로 지켜보던 작가님들을 더 섭외했다. 자연을 그린 작품들도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었던 마리아 작가님. 예전부터 팬이어서 콜라주 워크숍에도 찾아가고,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영민 작가님. 북 디자이너로 유명한 석윤이 작가님이 운영하는 모스그래픽. 펜과 선으로 감탄이 나오는 그림을 그리는 설동주 작가님. 스트릿 콜라보도 많이 하고 위트 있는 작품들을 만드는 순이지 작가님(힙하셔...).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책부터 팬이었던 임진아 작가님. 이끼 작업으로 이번 전시에 꼭 섭외하고 싶었던 오수 작가님. 식물 편의점과 너무 잘 어울리는, 볼수록 끌리는 그림들을 그리는 한주원 작가님. (작가님들 몇 분은 숭짱이 추천을 도와주었다<3) 아직도 이렇게 멋진 작가님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 감격스럽다. 루비 대표님은 처음에 루비를 만들 때 이렇게 작가들과 콜라보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드림스컴트루!
예진문 작가님이 앞쪽의 쇼룸을 꾸며주셨고, 나머지 아티스트 8팀은 루비 화분을 커스텀해주셨다. 하얀색 종이 화분이 작가님들마다 얼마나 다르게 커스텀 되었는지를 보면 너무 재밌다.
공간의 곳곳에는 작가님들의 작품도 함께 설치되었다.
작가님들을 섭외하며 식물 편의점에서 함께 판매할 브랜드들도 섭외했다.
식물의 '향'을 표현해줄 수 있는 브랜드 앱센트(ABSCENT). '차'도 식물이니까. 가장 좋아하는 차 브랜드인 에디션 덴마크(Edition Denmark). 성수동 팝업에 갔다가 우연히 보고 반한 씨룩워치의 담요 4종. 초록색이 느껴지는 매거진 아침 16호와 출판사 북노마드의 식물 관련 책들.
그리고 브랜드 외에 모스그래픽의 제품들. 오수의 이끼 코스터 등. 작가님들이 가져온 제품들까지 함께 판매하고 있다.
사실 루비는 촬영도 다시 진행했다. 제품의 컨셉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사진에 욕심이 났기 때문이다. 스타일리스트와 포토그래퍼를 구해 2일에 걸쳐 촬영을 다시 했는데 촬영 결과물 대만족. 스타일링과 촬영도 너무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 실력이 정말 좋은데 너무 성실하셔서 더 반한 두 분. 스튜디오도 함께 운영하는데 '리빙 컨셉'은 다른 곳에서 대관해서 진행했다.
식물 편의점 컨셉에 함께하는 작가들에 사진에... 대박 힙해진 루비...>_< (좀 뿌듯하다.)
예인 실장님, 성용 실장님이랑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또 함께 일하고 싶다. 스튜디오 구일스 최고입니다. 완전 강추합니다. 솔직히 저만 알고 싶지만 너무 좋은 곳이고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포시 어떤 곳과 했는지 알려드릴게요. https://www.instagram.com/studio_91s/
루비마트는 이번 주 토요일에 정식 오픈해서 10월 31일까지 전시/팝업이 진행된다. 이미 작가님들도 인스타그램에 올려주고, 가오픈 첫날부터 와준 숭짱도 인스타그램에 올려줘서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있다. 팔로워 282명은 아직 많지 않은 숫자지만 유기적으로 순식간에 올린 숫자!
루비마트의 SNS를 운영하는 일을 받았다면 이렇게까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이번 프로젝트도 키노트로 기획서를 만들고 노션을 적극 활용해 진행되었다.
루비를 거의 리브랜딩하다시피 진행한 프로젝트였는데 아직 정식 오픈도 하기 전이지만, 생각했던 대로 잘 만들어져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멋진 분들과 함께 하게 되어서 만족스럽고, 재밌었고, 뿌듯하다.
이것도 프리 에이전트로 일하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좋은 파트너들을 만나면, 각자의 분야가 확실한 아티스트와 브랜드와 전문가들이 모이면, 원격으로 일해도 어떻게 프로젝트가 펼쳐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찐으로 즐기면서 진행한 프로젝트다.
한 달간 정음철물에서 진행예정인 식물 편의점 컨셉의 루비마트. 식물도 사고, 종이화분도 살 수 있어요. 작가들의 작품과 연출된 공간도 감상할 수 있어요. 식물과 예술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고 꼭 놀러오세요~~~ 저도 자주 가 있을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