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스타트업 PM이 말하는, 당신이 NFT가 어려운 이유
나는 회사에서 NFT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만드는 PM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아티스트들의 예술적 자산을 NFT화하고 이를 대중에게 판매하며 블록체인과 연계된 유저 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NFT는 글로벌 시장에서 작년과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온도가 미적지근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 우리나라에서도 NFT가 핫하게 떠오르는 게 느껴진다. 메타버스와 함께 NFT가 뉴스에서 많이 언급되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에 서비스를 베타 오픈하며 첫 NFT 드롭*을 했는데 27시간 만에 5억 매출을 올렸으니 NFT의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나도 새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드롭 : 아티스트가 NFT marketplace를 통해 자신의 NFT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고 판매를 시작하는 것)
사실 스타트업으로 옮기면서 무슨 일하냐고 친구들이 많이 묻는데, NFT 마켓플레이스를 만든다고 말하면 그게 뭐냐고 묻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IT 쪽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NFT가 무엇인지 많이 설명해주곤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NFT를 이해하는 데 진입장벽이 되는 공통지점이 있다는걸 알게 됐다.
NFT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다.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떠올리겠지만 NFT를 가상화폐과 연결 지어 이해하려고 하면 더 헷갈리게 된다. NFT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가상화폐는 우선 생각하지 말자. NFT는 가상 세계의 화폐가 아니다. NFT는 가상 세계의 보증서다.
우리는 집을 살 때 내 자산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집문서, 즉 계약서를 쓴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의 자산은 이렇게 소유권을 증명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파일이라는 것은 복사본을 너무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그 복사본은 원본과 털끝 하나 다르게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한히 동일하게 증식 가능한 자산에 이건 너의 것, 이건 나의 것이라는 선을 그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를 기술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나온 개념이 NFT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한 번 생성되면 삭제하거나 위조가 불가능한 특징이 있는데 이를 통해 NFT가 디지털 세계에서의 집문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자산(동영상, 이미지 등 디지털 파일)에 대해서 진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NFT가 증명해주게 된다.
내가 소유권을 가지면 뭐해,
파일은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친구들은 어김없이 나에게 되묻는다. "NFT라는 디지털 집문서에 내가 소유권자라고 쓰여 있으면 뭐해, 그 집을 누구나 원본 그대로 복사하고, 다운로드하고, 가질 수도 있는데..." 맞다. 오픈씨나 NBA Top Shot같은 유명 NFT 마켓플레이스를 가보면 몇 억씩 거래되는 NFT라도 클릭 한 번으로 원본 영상을 볼 수 있게 공개되어 있다. 2021년 론칭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NBA Top Shot이라는 곳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NFT는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 장면으로 거래가가 23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그 원본 영상은 아래 URL에서 누구나 언제든 볼 수 있다. HTML도 조금만 알면 본인 하드 드라이브에 영구 소장도 가능하다.
2020년 NBA Final 르브론 제임스의 슬램덩크 장면 - NFT 링크
많은 사람들이 NFT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있다. 블록체인의 어려운 기술 때문도 아니고, NFT가 굉장히 복잡한 개념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다. NFT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NFT가 말하는 소유라는 개념이 기존의 소유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소유는 실물 대상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집이든, 미술품이든, 노트북이든 어떤 실체가 있고 남이 아닌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소유다. 하지만 NFT가 말하는 소유는 실물 대상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나는 소유권만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2020년 NBA Final 르브론 제임스의 슬램덩크 영상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고 언제나 즐길 수 있지만 그 순간에 대한 소유권은 @easyaces라는 유저에게만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NFT를 통해 블록체인에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상을 배타적으로 소유하지 않고도 소유한다는 개념은 우리에게 낯선 것이다.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소유의 개념이라 낯설고, 그래서 기술의 복잡성을 떠나서 NFT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나만 가지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가지는데 그게 무슨 가치가 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NFT가 말하는 소유는 오히려 많은 사람이 가질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공유될수록 자산의 가치는 상승하고, 소유권의 희귀성도 상승하며, 결국 NFT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충분성과 희소성이라는 개념으로도 자주 설명된다. 기존의 소유는 충분성과 희소성이 반비례 관계다. 금은 충분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고 소유의 가치가 크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NFT에서는 충분성과 희소성이 비례관계일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이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인식되고 공유될수록 소유권의 희소성이 올라가며 소유의 가치가 커지게 된다. 나만 소유하고 아무도 공유하지 않는 NFT는 소유의 자본주의적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물론 이는 무형의 디지털 자산에 대해 NFT를 적용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케이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NFT 자체는 다양한 자산과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라 그 적용 대상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면, 명품백의 진품 인증 과정에 활용되는 NFT에서는 내가 설명한 소유 개념은 의미가 없어진다. NFT가 디지털 자산이 아닌 명품백이라는 특정 실물 자산에 연결되어 있을 때는 기존의 소유 개념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게 되며,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인증 방식이라는 의의만 갖게 된다.
나는 NFT에 관심이 많고 그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막상 NFT가 사회적으로 핫이슈가 되는 상황이 흥미롭게 여겨졌다. 얼마 전만 해도 현대 사회를 강타한 개념은 구독 플랫폼과 공유 경제였다. 부동산, 자동차, 주식 등을 가지는 게 중요한, 즉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를 표방한 서비스가 메인스트림으로 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인식이 소유가 아닌 공유로 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다.
이런 사회 흐름에서 다시 NFT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 거다. NFT 시장은 정확히 소유에 관한 시장이다. 아니 기존의 소유보다도 더 극대화된 개념이다. 실물 자산을 내가 갖지 않고 소유권만 갖는 것만으로 성립하는 소유, 무언가를 갖고 싶은 인간 본능만을 정확히 타겟팅하는 소유다.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개념의 소유 시스템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NFT의 소유가 기존과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이제 NFT의 다른 점도 보이기 시작한다. NFT가 만들어갈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NFT가 시장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바람에 2021년 현재는 거품이 끼어있는 측면이 있지만, NFT 자체는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가 PM으로 있는 스타트업에서도 NFT 시장의 전형인 Marketplace를 개발/운영 중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NFT가 적용되는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개인적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NFT를 이해하게 되고, NFT가 만들어갈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꿈꾸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