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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남 Jan 15. 2021

신발 정리

미니멀라이프_가진 것을 관리하는 연습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요구한다. 물건은 주로 구매하기 직전까지의 설렘과 구매 후 ‘내 것’이라는 소유까지만 생각되어지기 쉽다.그래서 간혹 지나치기 쉬운 것이 바로 소유한 물건에 대한 ‘관리’이다.



주로 이사 올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만져볼 이유가 없는게 신발이다.

계절이 지나며 더 자주 손에 가는 신발의 종류만 달라질 뿐이지 신발장 속 신발은 하루종일 밖에 나가서 온갖 곳을 누비다가 다시 신발장에 들어간다.


가을 한 철 바삐 교정을 누비다가 모르고 밟아버린 은행열매는 고약한 냄새와 함께 신발에 묻어있었지만, 나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정리해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3달을 방치했다.


여름 한 철 땀이 나는 발바닥에 붙어 하루종일 신촌을 누빈 샌들은 여름철 먼지와 닳아버린 밑창과 함께 신발장에 들어가 있었다.


최근 옷장까지 정리를 마친 내게 내 손길이 닿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는 바로 신발장이었다.


해마다 새로운 신발이 사고 싶었지만, 신발장에는 구매 후 잘 사용하지 않은 신발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수량파악을 위해 소유하고 있는 신발을 모두 꺼내보았다.


가지고 있는 물건의 갯수와 종류 파악하기

러닝화 두켤레, 캐주얼한 신발 네켤레, 구두 세켤레, 샌들 세켤래

내가 소유한 신발은 총 12켤레이다.


그리 많지도 하지만 적지도 않은 신발이기에여러가지 기준에 맞게 분류를 해보았다. 그래야 대체 어떤 신발이 내게 부족해서 구매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1. 계절별로 분류해보기


여름용 3개 

사계절용 9개


계절별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딱히 계절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신발을 착용하지 않아서 여름철 샌들 세켤레를 제외하고는 다른 신발은 거의 사계절 내내 신는 용도이다.


2. 용도별로 분류해보기


러닝전용 1개

*카키색의 나이키 러닝화(구매시기:2017년 말)는 자취를 하면서 실내 헬스장 용으로 구매했다. 2018년에는 주로 한강러닝용으로 사용했고, 특수한 용도로 사용해서 그런지 더이상 운동관련 신발에 대한 필요도는 낮았다.



구두(워커포함) 3개

*닥터마틴아드리안버건디(구매시기:2017년 여름)는 분기별로 옷을 사던 시절 직구로 구매했다. 시착이 불가능해서 넉넉하게 260으로 주문했고, 당시에는 잘 맞았으나 무거워서 잘 안신느라 길들이기 실패. 현재는 살이 빠져서 신발이 크다.


*닥터마틴제이든8홀(구매시기:2012년 말)은 미국유학당시 아울렛에서 구매했다. 좁은발폭용을 구매하여, 시착을 했지만, 무려 270으로 구매. 이후 살이 쪄서 착용하면 다리가 너무 짧아보여서 덜 착용.


*커쥬 로퍼(구매시기: 2018년 말)편하게 신고 다닐 구두의 부재로 인터넷쇼핑몰로 255사이즈의 구두를 구매했다. 낮은 굽에 잘 맞긴 하지만, 오래 착용하면 새끼발가락에 통증이 간다. 앞코쪽에 사은품으로 보내준 쿠션패드를 붙였으나 잘 안떼어져 오히려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생김



샌들 3개

*차코샌들(구매시기: 2014년 추정)는 고등학생 시절 구매한 샌들로 아웃도어브랜드 상품이라 튼튼하다는 장점에 구매했다. 당시에는 유행이 아니었으나 이후 테바샌들 등과 함께 유행을 타서 시기좋게 잘 신고 다녔고, 현재까지 매 여름마다 잘 신고 다님. 약간 무겁다는 단점. 하지만 그만큼 밑창이 두꺼운 우레탄 재질이라 관리/세탁/유지 용이


*몽벨삭온샌들(구매시기: 2017년)는 자취하며 구매한 신발. 몽벨락온(뒤꿈치를 잡아주는 모델)과 고민하다 차코샌들이 있으니까 슬리퍼용으로 구매했지만, 이내 후회. 앞부분이 조리처럼 막아주는게 아니라 비 오는 날이나 빠르게 걸으면 발이 앞으로 쑥 빠진다. 밑 창이 얇아서 발바닥과 발목에 무리가 간다. 몽벨의 브랜드네임 대비 실망했던 신발. 발 뒤꿈치쪽이 많이 닳아있다.


*예루살렘샌들(구매시기: 2018년 봄)는 삭온샌들 쇼핑실패로 인해 흡족하지 못해 구매한 신발. 직구로 구매 후 역시나 유행을 조금 타서 시기좋게 잘 신은 신발. 소가죽에 천연염료염색이라 발바닥에 검은색이 묻어나오는 당황스러움이 있었으나, 가죽재질만큼 발에 길들여지니 편해서 작년 여름 내내 신고 다녔던 신발. 현재는 발뒤꿈치쪽이 벗겨져있다.


일상용 4개

*탐스 오리지날 남색(구매시기: 2012년)는 미국유학시절 구매 후 일년 내내 열심히 신고 다닌 신발. 한국에 와서는 봄/여름/가을에 가끔씩 신고 나가 여태 만족스럽게 신고 있다. 단점은 밑창이 얇아서 추위에 약하며, 한여름에는 발에 땀이 찬다.


*오쯔슈즈 화이트(구매시기: 2016년)는 귀엽고, 편해보여서 구매한 신발. 편하긴 하지만, 신으면 앞코가 둥글어서 곰발바닥같다. 화이트에 스웨이드재질이라 한여름에는 답답해보이고, 이염이 쉽고, 쉽게 더러워보인다. 구매가격에 비해 유지/관리가 힘든 제품


*컨버스 척테일러 아마존그린(구매시기: 2017년)는 기본템인 컨버스화를 구매하던 중 색이 예뻐보여서 구매. 척테일러모델은 밑창 쿠셔닝이 좋아서 착화감이 편하다. 자주신지만 이염이 티가 잘 나지 않아서 만족스럽다.


*뉴발란스480(구매시기: 2018년 여름)는 작년 어글리슈즈 대란에 마침 기본화이트 슈즈의 부재로 뒷북 겸 구매. 너무 어글리하지 않아서(?) 무난하게 여기저기 착용하기 좋고, 매쉬소재라서 여름 내내 편하게 착용. 쿠셔닝도 좋음. 요새는 살이 빠져서 발 사이즈 미스.


궂은 날씨용 1개


*아디다스 슈퍼스타(구매시기: 2015년 겨울)는 대학교 입학 전 엄마의 선물. 1년간 열심히 신었더니 먼지가 많이 묻었는데, 스웨이드 재질이라 이염세탁이 어려움. 이후로는 궂은 날씨(비/눈)나 등산 등 신발 오염이 높을 때 주로 신고 다님. 매우 낡음

3. 손상도 별로 분류해보기


아디다스신발,탐스>>뉴발란스화이트,오쯔화이트,예루살렘샌들,몽벨삭온>컨버스척테일러,커쥬로퍼,나이키러닝화>차코샌들,닥터마틴아드리안버건디,닥터마틴제이든8홀


손이 안가는 신발

Why? 

아드리안(신발사이즈가 260이지만 뒤가 남아서 크고 길들이기전이라 발이 아파서)

제이든워커(좁은폭 워커에 270이라 너무 크고, 워커를 신으면 다리가 너무 짧아보여서)

->비싸고 유행에 따라 샀지만 사이즈 미스에 불편해서 잘 안신게 됐다


손이 자주 가서 빨리 닳은 신발

Why? 

탐스 (치마에도 무난, 발이 편하다. 7년 신었지만 애정이 넘친다)

뉴발란스480 (데일리슈즈. 화이트. 여행에도 신고다님. 어글리슈즈에 유행으로 구매)

예루살렘샌들 (작년 여름 직구로 구매. 발에 염료가 묻어나오긴 했지만 가죽신발이라 발에 익으니 편해서 여름 데일리슈즈)


->결론


+신발취향)

나는 발이 편한 신발. 색은 베이직하게(흰/검/베이지/남색).

캐쥬얼한 신발이 좋다. 구두는 편하고 발에 맞는 낮은 굽이 좋다.

유행에 따르는 슈즈는 한 철이 지나면 쉽게 식상해보인다.


+손이 안가는 신발)

발 사이즈가 맞지 않지만, 처분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닥터마틴 제품은 자사의 깔창을 구매하여, 발 사이즈에 맞게 착용하기

이후로는 닥터마틴 제품은 구매하지 않기

(개인취향과 발 사이즈가 족족 미스)


관리
신발 빨래하기

-가죽재질(인조가죽포함)

집에 남은 물티슈로 가죽표면과 밑창 옆부분과 아래의 먼지 및 이물질 제거 후 햇볕에 소독


-면재질

신발은 끈과 분리 후 샴푸를 푼 물에 15분 정도 담근 후 치약을 사용해 안쓰난 칫솔로 겉 표면을 문지른 후 다시 담궈줬다. 이후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안쪽에는 신문지를 넣어 앞코와 뒷축의 모양을 잡아주고 겉에는 휴지로 감싸서 수분을 빨리 말려준다. 햇볕에 말리면 변색될 수 있으니 그늘에 삼일동안 말려준다.


-스웨이드재질

먼지로 얼룩진 부분은 지우개를 통해 결 반대로 지우다 마지막에는 결방향으로 마무리해준다. 밑창과 옆고무부분은 물티슈로 닦아내어 이물질을 제거해준다.


-> 앞으로 신발 구매에 있어서 주의점

밝고 스웨이드나 가죽(이염에 비해 세탁이 어려운) 재질 피하기


버리는 신발

궂은 계절용 아디다스슈퍼스타

스웨이드재질 신발이라 세탁이 어렵고, 더운 느낌이 들었다. 4년째 신어서 지저분해져서 세탁하지않고 바로 처분해주었다.










이틀을 꼬박 걸려 세탁까지 마친 신발을 보니 새삼 새로운 신발을 가진 느낌이었다. 매일같이 신는 신발을 이리도 무심하게 대하니 구멍이나고, 뒷축이 닳고, 밑창엔 이물질이 붙어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따름이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떼어주고, 찬물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씻기고 나니 애정이 더욱 간다.



같은 옷을 입어도 신발이 깔끔하니 더욱 단정하게 차려입은 듯하다.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은 그 물건에 대해 가졌던 첫사랑같은 감정을 꾸준하게 유지하며, 애정을 다해 관리하는 다소 귀찮은 과정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고 싶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복기하다보면, 고개가 절레절레하며, 그 정도로 관리하긴 어렵지하며 쇼핑바구니에서 삭제버튼을 누른다.


새로 세탁한 채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기다리며 신발장에 차곡히 쌓인 신발은 그 계절에 적합한 어느 날부턴가 바삐 신기게 될 예정이다. 그때 꺼내든 깔끔한 신발에 기분이 좋아질 미래의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해놓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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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관리 #물건다이어트


*2019년 2월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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