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이 아름다운 이유

눈(雪)이 아름다운 이유

by Art Party

눈(雪)이 아름다운 이유


윤 익 / 미술문화기획자, Art Party 대표



올해도 어김없이 12월초에 첫눈이 내렸다. 그저 흩날리던 첫눈이지만 우리에게 남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차가운 겨울날씨와 더불어 한해가 지나가는 아쉬움을 여실하게 전한다. 몇 일전 오전에는 함박눈이 잠깐 내렸다.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을 듯 내리더니 이내 멈추고 어두운 하늘이 계속 되었다.


달력을 보면 일 년은 12개월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일상도 12개월에 맞추어 시작과 끝이 구성된다. 새싹을 준비하는 대지는 봄을 맞이하여 찬란하게 꽃을 피워내고, 여름에 그 절정을 짙푸른 녹음으로 보여주며, 가을에는 과일을 비롯한 결과물을 생성한다. 겨울에는 차분하게 이후의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겨울에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백색으로 순식간에 변화시켜내는 눈(雪)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한자를 설명하는 옥편을 보아도 우리말 눈은 눈설(雪)이며 이는 상상이상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의미는 언어 표현 그대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상징한다. 그 이후 “씻어낸다”는 표현이 가능하며 “닦아낸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더욱 흥미로운 의미는 “누명이나 치욕을 벗다”라는 기능과 “더러움을 씻다”라는 의미로서 일종의 오해를 시간과 함께 풀어낸다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뜻풀이가 가능한 눈은 끝으로 깨끗하며 고결(高潔)하다는 의미로 모두에게 인식되고 있다.


지나는 한해와 새롭게 다가오는 한해의 정점은 그 시작과 끝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보이며 경계의 구별은 없다. 이는 모든 것은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틀을 길게 보면 언제나 시작이고 언제나 마지막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겨울에 내리는 눈은 우리에게 마음속 휴식과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다. 지나간 시간을 깨끗하게 순백으로 지워내는 의미와 다가오는 시간을 순백의 비워진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브레드 피트는 나이를 반대로 들어가는 기구한 운명의 벤자민 버튼을 연기 한다. 영화를 보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든 늙어가는 순간에 모든 기억을 잃어간다는 내용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의 운명도 백색의 빈 공간에서 시작하여 어느 순간 채워지며, 또 다시 빈 공간으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연유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雪)이 아름다운 이유”를 생각함과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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