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관선재 박희정작가 개관기념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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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명 : “나에게 바나나가 온다”
○ 작가 : 박희정(朴熙正)
○ 장소 : 갤러리 관선재_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96번길 15-33(궁동61-2)
○ 전시일정 : 12월 10일(화) ~ 12월 23일(월)
○ 전시작품 : 조각 : 13점, 회화 : 17점, 작품이미지 영상물
지역에서 꾸준하게 조각작업과 회화작업을 통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언어를 확립한 박희정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 예술의 거리에 자리한 갤러리 관선재에서 선보입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지만 작가 스스로 자신의 예술적 존재감을 가족, 지인, 선후배들과 작품을 통하여 공감하고픈 마음에서 열과 성을 다하여 전시를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그동안 진행하였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새롭게 관조하며 앞으로의 작품을 구상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만났던 수많은 선후배들이 앞으로는 대작 위주의 본격적인 작품을 해보라는 용기를 주어 그 동안 마음 졸이며 작업하던 수많은 시간을 이미 보상받았다고 자신만의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전시는 작가에게 새로운 과정의 출발점이며 앞으로 보다 자유롭고 독자적인 작품활동을 위한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합니다.
박희정 작가의 “나에게 바나나가 온다”展은 12월 10일 화요일부터 12월 23일 월요일까지 예술의 거리 갤러리 관선재에서 진행됩니다.
윤 익 / 미술문화기획자, 조형예술학박사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지난(至難)하지만 이처럼 무겁고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것들이 우리의 곁에서 우리와 함께 생성(生成)하고 자라며 소멸(消滅)한다.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그러한 삶의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역시 우리의 시간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다. 모든 존재들이 어디에선가 오며 어디론가 떠나가는 순리(順理)처럼 큰 틀에서의 이러한 과정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로 각자의 순간적 삶에서 독자적이며 주체적인 존재로 모두가 서로의 다양한 삶을 영유(領有)한다. 예술은 이처럼 다채로운 우리의 삶의 모습과 의문스러운 질문들을 그림과 조각으로 보여주며 서로를 소통하게 한다. 이러한 예술의 기능처럼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의 키워드를 이용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수수께끼 혹은 숨은그림찾기의 작품을 제안하는 작가가 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하고 고등학교에서 소질을 보였다던 작가는 어느 날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대학에 진학하였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보다는 무언가를 만지고 빗어내는 조각가의 길을 꿈꾸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긴 시간과 먼 길을 돌아 첫 번째 개인전을 발표하는 그녀는 오늘날 조각가이며 화가인 박희정 작가이다.
그녀는 무려 20년이 넘는 기나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미술 작업을 하여왔다. 모든 청년작가 혹은 무명작가들이 그러하듯 상업적인 작업에서부터 팀워크시스템의 공공미술 등 자신의 이름을 작가로서 표명하지 못하는 수많은 작업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매진하였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순수한 영혼의 그녀는 그 자신을 개인주의적 성향의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이는 현실적인 삶을 살아야하는 평범한 삶을 초월하여 순수한 자신만의 작품을 하며 살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없었던 예술가로서 아쉬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처럼 오랜 시간 꿈꾸던 순수한 작품제작과 오늘의 전시를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로 준비하는 과정이 이제는 그녀 스스로 지나친 행복이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불꽃처럼 살고 싶은 열정에 스스로 힘들어하는 작가가 그녀 하나만은 아닐 것이며, 모두가 그녀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는 현실은 더욱 아니다. 어려서부터 아프던 몸이 고단하고 힘든 노동력이 요구되는 조각 작업을 하면 할수록 신비한 힘이 온 몸에 넘쳐나는 모순적인 열정에 그녀 스스로 살아있음의 감사함을 느낀다고 한다.
작가로서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칭이라고 스스로 언급한다. 관점을 바꾸어 사고하며 여러 상황의 가능성과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까지 상상하여 작품으로 제작하는 조형적 과정이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의 그림일기처럼 일상의 소소함을 차분하게 그녀만의 감성적 언어로 그려내는 감정일기(日記)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의 작품은 그녀 자신과 주변인들의 일상(日常), 삶의 과정 전반을 담아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느끼고 경험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과 순간들이 그림과 조각으로 제작된 것이다. 오늘날 그녀 스스로 머릿속에 꿈꾸는 작품은 타인과 자신에게 재미, 놀이, 즐거움이 우선하며 가볍고, 유치하지만 편하고 정감(情感) 있는 내용의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을 위한 그녀의 상상력은 그녀가 좋아하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처럼 우리 주변의 수많은 존재에게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그녀만의 세계에서 각양각색의 이야기속 배역(配役)을 제안한다. 이러한 그녀의 작품에는 신(神)과 사람, 동물과 식물 등이 공존(共存)하며 우리의 일상적 생활용품들마저 자신의 고유한 상징성으로 문학적 상상력의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제작된 그림과 조각들은 그녀에게 하루의 시간이기도 하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웜홀(wormhole)의 공간처럼 수많은 시간이 중첩된 예술적 상상력의 세상이다. 작품에 자리하는 어떤 대상은 순간을 살아가며, 또 다른 대상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상상력의 타임머신처럼 관람자들에게 그 자신의 모습을 과거와 미래에서 만나는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경험하게 한다.
박희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관람자의 시선과 마음을 잠시나마 붙잡아 놓는 편안한 그림이며 조각이기를 원한다. 이는 그녀의 작품이 숨은그림찾기처럼 보면 볼수록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내포하여 관람자 스스로가 몰입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의 작품에는 수많은 존재들이 등장하는데, 오늘날 그녀가 유난히 좋아하는 대상은 “바나나”이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며 나이를 더 할수록 이상하게도 바나나에 더욱 매료되는 자신을 스스로도 알 수 없다고 솔직하게 언급한다. 아마도 그녀에게 노란색 바나나는 일종의 달달한 감정, 휴식, 희망, 행복 등이 그녀의 마음으로 표현되어 오늘의 자신과 가족, 지인 그리고 주변의 타인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의 어린 시절 바나나는 무척이나 귀했던 과일이며, 즐겁고 기쁜 날 맛보던 행복의 상징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TV에서나 보던 신기한 바나나는 혼자 먹기 아까워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는 행복한 과일이었다. 이러한 기억처럼 본인의 마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그녀는 끝내 바나나를 넣어야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그녀가 발표하는 다수의 작품에 “나에게 바나나가 온다”라는 명제의 사용과 그 이유가 그러하며, 이는 창작행위를 통해 주변사람들과 자신의 행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해석된다.
그녀의 작품 제작과정은 기존의 작가들과는 다른 프로세스로 제작된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다양한 이미지를 자유롭게 배치하며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작품을 시작하고 종결하는 주체는 작가이지만 무의식적 방법으로 작품이 진행되어 그녀 자신도 작품이 완성되는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온갖 동식물과 일상의 오브제들이 저절로 등장하는 일종의 오토마티즘회화처럼 전개되어 작품이 마무리된다. 완성 이후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을 보며 어떠한 연유로 그러한 형상들을 제작하였는지 스스로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상황이다. 이는 관람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완성된 작품은 작가의 마음을 열어 보이며 작가를 이해하게 되는 정신적 대화의 매개체가 된다. 예를 들어보면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앵무새는 따라쟁이 혹은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존재를 의미하여, 작가 스스로 세상을 표현하고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본인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녀의 평면작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또 다른 형태는 등고선 모양의 기하학적 선들의 형상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여행, 복잡한 길, 특정한 시간과 공간 등이 상징화되어 평면 혹은 입체로 표현되는데 그녀 자신이 존재하는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상징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부여도 보는 이의 문화적 성향과 감성적 배경으로 귀결되어 다양한 관점의 해석으로 확산 가능하다.
작품을 살펴보면 물고기, 새, 고양이, 개, 꽃, 나무, 집, 눈, 자동차, 잠자리, 나비, 손, 사람 등 온갖 것들이 공존(共存)하며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이 모두가 그녀의 일상과 생각을 표현하는 기호들이다. 우리의 세상에 존재하는 이 모든 것들을 표현하며 또한 그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박희정 작가의 작품은 그녀가 살아가는 자신의 세상이다. 사람, 동물 그리고 식물들의 일상과 그들의 생각과 감정들이 작가의 눈과 마음을 통해 작품으로 태어난다. 이러한 그녀의 작품은 결국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존재들을 상징하는 “마음으로 그려보는 별자리”이다.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는 바나나자리, 앵무새자리, 고양이자리, 물고기자리, 나무자리 등이 그림 혹은 조각으로 표현되어있다. 그녀는 이 모든 것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살아간다. 브론즈와 화강암으로 제작된 조각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언제나 다정한 모습으로 그들과 함께한다. 그녀에 의하면 모든 사람들은 늘 행복하고 희망찬 삶을 영유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기보다는 늘 부족한 아쉬움의 연속이다. 작가는 이러한 우리의 마음에 그녀의 작품을 통하여 행복한 주문을 제안하며 기쁨으로 다가서는 조화로운 일상을 표현한다.
삶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旅程)이며 우리의 일상은 매일매일 수수께끼와 같은 스스로 열어봐야 하는 궁금함이 가득한 비밀의 상자이다. 작가에 의하면 우리의 삶이 힘들어도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되는 이유는 과거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며 모든 불행과 걱정이 시작되었지만, 마지막 순간 상자에서 해방된 “희망”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행복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 박희정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품들은 그녀가 마음속에 오늘까지 보관하던 비밀의 상자이며 이는 희망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그녀는 그녀의 작품과 예술가로서 자신의 존재가 어릴 적부터 소중한 사람들과 그토록 함께 나누고 싶었던 바나나처럼 귀한 선물로 우리에게 다가서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작품을 통하여 사람들을 위로하며 편안하게 하는 마음의 배려는 작가로서 그녀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과의 진실한 관계 맺음으로 인식된다. 오늘처럼 각박한 세상에 친구가 내미는 행복한 맛의 노란 바나나는 얼마나 황홀한 위안(慰安)인가. 이번 첫 번째 전시를 통하여 그녀의 손에서 우리에게 전해진 바나나는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밤하늘에 빛나는 “바나나 별자리”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