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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IN Jan 16. 2024

코로나 전과 후의 시장

mavin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생존하는 방법

생계형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기로 한 나는 그림을 단순 취미로 그릴때와 자세가 많이 달랐다. 늘 그림 분석을 해야 했고 이게 어떤 식으로 흐름이 전개되는지 파악을 해야 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번 글은 어디까지나 내가 파악한 흐름의 결과고 기존에 시장에서 오래 유지하던 작가님들의 조언들도 함께 했다.


유행의 주기 코로나 전

코로나 전 UI디자이너로 지내던 시절에도 그림이나 유행하는 것엔 늘 눈을 뜨고 지냈었다.(디자이너니 당연히 그래야지 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유행하는 것들이 눈이든 발에든 치이는 연남동, 홍대, 합정에서 일을 했으니 출퇴근 때마다 즐거웠다. (일은 힘든데 눈은 즐거운..) 어느 날 지나 보면 잘 나가던 카페가 다른 업종으로 바뀌어있고 거기에 맞게 간판이 바뀌고 유행하던 폰트가 바뀌고 홍보 방법도 바뀌고 상당히 많은 게 어느 정도의 일정 패턴으로 바뀌었다. 내가 당시 읽었던 건 주기가 3 ~ 5년이었다. 3 ~ 5년 정도 비슷한 흐름이 눈에 읽히다가 사라지고 새로운 게 나오고 하는 방식이었다. 그땐 무언갈 습득하고 배워나갈 시간이 그나마 있었다. 에이전시 회사들도 어렵다곤 했지만 그래도 건물 한 채씩은 다 짊어지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림에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는 계기로도 충분했다. 한 브랜드의 오프닝 파티에 들어갈 키비쥬얼부터 집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일 피규어나 액세서리를 팔아도 팔렸고 독립서점처럼 작은 곳까지도 줄 서서 작게는 엽서부터 책까지 구매가 가능한 시장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으면 직원도 채용하고 쓰거나 그림으로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도 판매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림으로 해볼 만한 시장이 꽤 넓었다.


코로나 때 변화된 그림시장

코로나가 터지면서 유행의 주기는 처음엔 멈춘 듯했으나 적정 시기가 지나니 속도가 엄청 빨랐다. 그에 맞춰 팔리는 상업적 일러스트 시장도 엄청난 속도로 빨리 흘러갔다. 툴도 같이 많이 변했다. 그리고 시장의 폭도 좁아졌다. 그래서 코로나 전에 공유되던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의 팁들이 크게 적용되는 시기가 아니었다. 나라고 프리랜서를 코로나와 함께 했는데 유튜브나 구글링부터 정보를 안 찾아봤을까.. 근데 그런 정보들이 당시 나에게 적용이 안되었던 이유는 코로나로 외출이 자제되었고 그로 인해서 노출되는 영역이 아예 바뀌었기 때문이다. 직접 사람들이 나가서 노출이 되는 부분이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실내나 SNS나 미디어 쪽으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림도 그 노출시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잘 그려도 이미지 1장으로는 사람의 눈을 붙잡아두지 못하니 영상이 유행을 했고 영상 다음 단계로 3D를 당연시 배워야 했다. 아니면 스토리가 있는 인스타툰이 폭발적으로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나도 그때 인스타툰을 해야 했나 고민을 하던 중에 내 얘기는 노잼이라고 판단해서 바로 포기하고 형들과 영상을 다뤘던 경험을 바탕으로 영상 쪽에 몰입했다. 시작이 막막했지만 조금 감을 잡고나서 많은 걸 공부했다. 주기가 너무 빨라서 지금은 1년(?) 정도로 큰 틀은 놔두고 살짝살짝 트는 정도라면 당시엔 분기마다 틀었다. 그래야 살아남는 분위기여서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시 원점

지금은 코로나가 끝났는데 어디까지 왔을까? 당시 유행하던 미디어 매체는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눈은 그 위치에 맞춰졌으니 더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지 못하면 마케팅의 역할이나 상업적인 그림 역할로는 힘들어 보인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도 나는 새로운 일이 유입은 안되고 당시 영상으로 들어오던 일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코로나 때 파사드 작업을 많이 했다. 포트폴리오엔 공유할 수 없는 그런 작업들을 많이 했는데 개인이 작업하던 파사드 영역을 넘어 지금은 회사가 운영하는 파사드 영역으로 고도화 되었으니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선 더 어떻게 변화될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ai가 나왔으니 이걸로도 활용을 해보긴 하겠지만 아마 이 또한 유행의 흐름으로 보인다. 신기술이 나오면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급속도로 이해하고 흡수하고 또 새로운 걸 찾는데 ai는 NFT처음 나올때와 양상이 비슷해서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기까진 사람들은 유목인처럼 찾아다닐 듯하다. 그래도 이쯤 되니 나는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막연하게 '그럴 것 같다'라는 말로 흐리고 싶지 않아 정리를 해보면 유행의 주기는 이제 의미가 없어지는 듯하다. 모든 게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는 듯하다. 그 말은 그림이든 기술이든 유행이 없어진 듯하다. 추상을 구상으로 옮기는 도구들은 준비가 다 되었으니 개개인이 경험하는 삶을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는 사람만 살아남을 듯싶다. 돌고 돌아 다시 과거의 회화나 철학의 영역에 닿아야만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너무 어려운 말 같지만 우리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흙장난의 기분을 이해하면 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작은 유희를 느꼈던 것에 가치를 더 크게 둘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아마 올해는 내가 그 부분에 집중해서 그림부터 사업방향을 잡아보려고 한다. 이걸 테스트해 보고 결과가 나온다면 다시 이후에 공유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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