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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IN Jan 16. 2024

외주 그림 운영 (상)

mavin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생존하는 방법

처음 일을 받을 때 까진 좋았다. 두건 세건 받다 보니 포트폴리오가 점점 쌓이긴 하는데 이게 쌓이는 건지 흔적도 없이 흩어지는 그림인지 도통 감이 안 왔다. '내가 그렸으니까 내 포폴이지 뭐'라는 생각으로 업로드를 했는데 누가 봐도 이건 다 다른 사람이 그린 것 같다. 과연 이 포트폴리오 계정들을 보고 일을 맡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체계가 없이 흘러가면 파도와 같은 유행이 한번 쓱 하고 들어와 무너지는 모래성을 쌓는 거랑 같다.


개인단위 커뮤니케이션

회사 다니면서 일을 할 때는 프로젝트 단위가 몇억 씩 하니까 커뮤니케이션 진행할 때 상당히 신경 써서 세밀하게 진행했다. 그렇다고 프리랜서인데 같은 식으로 진행했을까? 아니다. 회사단위로 진행하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인이 한다면 의뢰하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림 그리기도 전에 진 다 빼고 시작한다. 만약 호흡이 짧은 일을 몇 개 묶어서 같이 진행하면 시작 전에 제대로 진행을 못할 수 있다. 이때 결과물 퀄리티에도 영향이 간다. 앞에서 말만 기름칠 다해놓고 아웃풋에선 형편없는 사람이 되는 거라 거의 사기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초반 커뮤니케이션은 적당한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개개인마다 방법이 다르겠지만 내 진행방식은 포트폴리오 서비스들을 보면서 큰 맥락을 잡았고 비 전문적으로 보이는 부분만 보강해서 진행했다. 아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그래도 이 분야에 처음인 사람들을 위해 공유해 본다.

금액 측정

일정 정리

기획서

스케치

컬러링

최종파일

이다음부턴 하나하나 문제가 있었던 부분과 주의 사항들을 나열해 보겠다.


금액 측정

제일 어려운 게 금액 측정이다. 내가 얼마 받고 일해야 클라이언트와 나의 만족도가 일치하는지 가늠하기가 매년 눈치게임이다. 넓게 생각해서 금액은 그림의 공수와 가장 가깝다. 그래서 초반에 개성이 약한 그림일수록 팔기가 편했다. 공수도 그에 맞게 조절하기도 편한 게 나는 기호가 적은 그림체만 선별해서 그렸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들 필요가 없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왜 이렇게 정했냐면 그림을 그리는 시간 + 커뮤니케이션 시간 = 견적금액으로 봐야 하는데 가끔 몇몇 프리랜서들은 커뮤니케이션은 배제하고 그림 그리는 시간만 갖고 견적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견적은 각자 자유지만 경험해 본 걸론 1년도 못하고 그림으로 돈 버는 걸 포기할 것이다. 그리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시간에 대한 돈의 환산 가치는 중요한 부분이니 잘 판단하고 금액을 정하기를 바란다. 수정에 대한 견적을 미리 얘기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 안 그러면 보통의 클라이언트들은 진행하다가 수정요청 줬는데 미리 고지 안 했을 경우 상당히 껄끄러워지는 상황이 온다. 그러다 보면 수정금액을 요청도 못하고 울면서 그림 그릴 상황이 온다. 보통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 경우 수정의 금액이 미리 포함되어서 측정하지만 한컷정도로 작은 규모의 작업들은 초반에 견적비용의 30%를 공지하고 시작한다.


일정정리

여러 번 일을 해본 사람이면 일정에선 큰 걸림돌이 없다. 그 이유는 명확한 게 자신이 그려낼 수 있는 피사체의 양을 얼마 만에 그려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일정이 뚝딱뚝딱해서 바로 계산기처럼 나온다. 스케치는 얼마 만에 어느 정도 양을 그려내는지 컬러링은 어느 정도에 그려내는지 최종본까지 전달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계산을 잘해야 한다. 이게 처음에 훈련이 안되어서 나는 귀마개와 아날로그 타이머를 사서 전에 말한 인스턴트드로잉할 때나 양치기 그림 그릴 때 테스트 하면서 훈련을 했다. 취미로 한다거나 하면 이런 게 진짜 중요하지 않다. 기분으로 그리는 게 훨씬 중요한데 나는 생계가 걸려있었기 때문에 극성맞더래도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다. 근데 이게 실제로 도움을 많이 줬기 때문에 체계를 잡을 때 도전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기획서

진짜 중요하다. 기획서에 따라 작업의 양이 결정되고 견적이 결정되고 앞으로 프로젝트하면서 꼬일일을 풀어내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회사를 다닐 때 기획서는 UX회사에 맞는 기획서라 Front개발자와 Back개발자까지 공유되는 기획서라 오차가 거의 없다. 그래서 디자이너 입장에선 딴지를 걸게 없는데 그림시장에선 이게 맞나? 싶을 만큼 별별 기획서를 다 받아본다. 심지어 기획서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근데 이건 원시자료라서 꼭 받아두는 게 좋다. 구두로 설명만 하는 클라이언트도 있었다. 바빠서 그런 거라 이해는 하지만 나중에 이 부분을 다 메일로 한 번만 다시 전달 달라고 요청을 한다. 이건 히스토리로 꼭 남겨놔야 나중에 말이 안 나오기 때문에 갖고 있고 추후에 다시 검색도 해야 하고 뭔가 번거로운 상황이 올 수 있으니 나는 캡처까지 떠놓는다. 그리고 프로젝트 폴더 안에 잘 정리해 놓는다. 참고로 폴더 정리하는 건 나중에 소개할 예정이다.


스케치

스케치의 공수는 컬러링보다 사실 많다. 부러뜨려야 하는 단계도 미묘하게 많아서 경험해 본 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디자이너여도 모두가 그림을 그릴줄 알고 그림을 볼 줄 아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스케치 역량에 따라 상대방이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수준에 스케치를 전달하면 오차범위가 커진다. 그래서 이걸 줄이기 위해 스케치를 러프와 최종을 따로 잡는다. 러프 때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레퍼런스를 첨부해서 전달한다. 이때는 레이아웃 구분할 정도만 해서 보내는데 이게 정해져야 이후 소재들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지침이 된다. 견적에 이 부분을 추가하면 좋은 게 스케치 최종은 거의 완성본과 같아진다. 어찌 보면 완성본을 두 번 그린 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 견적 낼 때 그림 스타일이 나처럼 심플하지 않다면 스케치 견적도 포함해서 진행시키는 게 좋다.


컬러링

컬러링 진행이 중요한데 사전에 기획단계 커뮤니케이션에서 무드보드정도는 전달해야 한다. ‘컬러링 최종에 이런 느낌으로 나올 거예요’ 정도는 협의가 되어있어야 수고가 덜하다. 이때 남들이 그린 그림을 가져다가 쓰면 조금 덜 프로 같아 보이니 평소에 그림을 다양한 무드로 많이 그려놔서 내 그림을 전달하면 신뢰도는 급상승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경험해서 나는 이런 부분들을 잘 염두에 두고 평소에 개인그림을 꾸준히 그렸다. ai그림으로도 사전에 무드 커뮤니케이션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레퍼런스로 내 그림을 전달하는 게 더 프로에 가까워 보인다. 컬러링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클라이언트가 컬러수정 수준이 아니라 기획 전체를 틀어버리는 무지막지한 경우가 있었다. 앞에서부터 부러뜨려온 단계가 있는데 그걸 다 엎어버리는 거라 이건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이 부분도 앞에 견적을 정할 때 같이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다.


파일전달

이 부분이 돈만큼이나 제일 민감하다. 너무 어렵게 정리 안 하고 내가 사전에 꼭 물어보는 몇 가지만 적어본다.

파일 사이즈 어떻게 가져가시나요? (A3, 4K, 정확한 사이즈 등등)

RGB나 CMYK 둘 중 어느 쪽으로 필요하신가요? (노출되는 곳에 따라 두 개가 다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땐 RGB로 작업하고 CMYK로 색보정을 한다.)

필요하신 최종파일 어떤 게 필요하신가요? (PSD, AI, JPG, PNG, GIF, MP4, MOV 등등)

파일 레이어 어디까지 뜯어서 전달드려야 할까요? (보통 출판 쪽은 안 물어보는 편인데 영상 쪽은 꼭 뜯어줘야 한다. 나는 둘 다 진행하기 때문에 영상 쪽 뜯어주는 거 그냥 출판도 뜯어서 내부에서 이후 편집하기 편하게 전달해 준다.)

가끔 저작권에 대해서 심하게 물고 늘어지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있다. 일단 저작권을 논할 가치가 있는 경우는 몇 가지 예외가 있다. 본인만의 IP상품이 있는 경우. 대외적으로 누가 보든 이작가가 그렸다고 할 만큼의 그림체가 독보적으로 잘 보일 경우. 이 두 가지가 가장 대표적이다. 나도 무슨 저작권 보호 강의 같은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나만의 그림체가 없던 시절 그걸 들어도 내 상황엔 해당이 안 되는 거라 이 부분은 글을 읽는 여러분이 잘 판단하길 바란다. (나는 그냥 그런 거 따질 시 간이면 빨리 다음일을 따오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게 실력 쌓아서 추후에 권리 보장받을 만큼의 그림체를 갖거나 IP를 갖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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