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그림 운영 (하)

mavin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생존하는 방법

by MAVIN

이전에는 내 포트폴리오가 마치 흩어지는 모래성과 같았다. 다시 쌓고 흩어지면 다시 쌓고 해서 조금이나마 굳어가는 과정을 이해했다. 이런 반복과정을 거치다보니 모래가 아니라 다른 걸로 쌓아보기로 했다. 조금더 구체적이고 일러스트레이터 MAVIN이라는 사람의 그림체를 더 잘 보여줄수 있는 상태로 고민하고 실험해서 시장에 투입했던 결과들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나만의 시장 혹은 창구 확보하기

내 그림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분명히 필요하다. SNS가 되든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되든 내 그림을 업로드해서 그걸 평가받아볼 창구가 분명히 필요하다. 이걸 깨닫게 해 준 사람이 처음 나를 업계로 들어오게끔 해준 첫 회사의 팀장님이었다. 현재 개인사업 중에 있고 나름 업계에서 큰 탈없이 운영하고 계신 분이다. 난 그분의 운영방식에서 많이 참고했다. 초반 운영에선 그림의 깊이감이나 작가성, 마케팅 그런 건 의미가 없다. 시장에 꼭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서 넓게 포진하게끔 하는 게 운영방식의 첫 번째 일이다. 처음 그림을 그리면 자신만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기법을 드러내는데 이게 잘 터지면 좋겠지만 불발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손가락 빨고 우울증에 각종 정신병을 얻어 오히려 그림을 포기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초반엔 많이 내려놓고 시장을 조사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자. 너무 개성이 강한 그림은 조금 미루고 내가 그리는 그림체나 표현방식이 어느 시장에서 먹히는지 그것부터 파악하자. 파악이 됐고 내가 그린 그림이 시장에서 반응이 온다 싶으면 그 위에 내가 생각하는 개성 한스푼을 올려서 느낌을 보자. 이런식으로 천천히 쌓아올리는 습관이 되어야지 무턱대고 내 그림 장난 아니지? 하는 식의 그림 차력쇼를 하면 금방 지친다.


크몽 분석하기

크몽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사이트에 입점도 했었고 진행도 해봤지만 맨 처음 사이트에 뜨는 화면은 가히 충격적인 게 호텔이나 펜션 운영 UI와 비슷하다. 이미지가 있고 바로 밑에 가격이 올라와있다. 상단에 띄우는 건 돈이 많으면 홍보용으로 탭 달아서 상위 노출이 가능하다. (정해진 금액 광고) 프로젝트가 성공리 진행한다고 해도 크몽 쪽에서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림을 제공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불리한 서비스다. 그럼 이곳이 무조껀 별로일까? 분명 제일 저가로 흘러가는 곳에도 돈은 돌고 있을 거라서 이곳의 분석은 상당히 유용하다. 입점해있지 않지만 개인이 의뢰를 주는 경우도 이곳에선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의뢰 시 어떤 그림체를 찾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후기가 많은 곳을 찾아가자) 그 수가 점점 많아지면 어느 정도 트렌드도 분석이 가능한데 개인이라는 건 일반인들인 거고 일반인들은 곧 전체 트렌드를 의미하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서의 분석도 같이 하고 있다.


소재 찾기

앞에서 말한 것들을 분석하다 보면 막연한 부분이 있다. 주제다. 빠르게 넓게 퍼트릴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생각보다 추상적이다. 그래서 정확한 메타포가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글로 쓰면 가능한 영역이 시각적인 언어로 다시 재해석해서 풀어야 하는 점이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전반적으로 잘 통하는 시기가 있고 위로라는 주제가 전반적으로 잘 통하는 시기가 있다. 이런 것들을 담아낼 메타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커플의 모습에서 사랑이라는 행동을 담아 그려 넣고 친구와 선배, 부모의 모습을 그리면서 위로를 담아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초기 운영 때 소재를 찾고 분석하고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는 작가의 그림들을 보면서 어떤 색과 빛을 사용했는지 어떤 연출 방법을 연구했을지 참고하는 게 좋다. 여기서 절대 그냥 따라 하면 안 된다. 분석을 하는 것이지 카피는 범죄다.


그림체 투트랙으로 파기

앞서 이야기한 것들은 가장 보편적인 시장들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다.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의 상품이 아닌 공공기업이나 회사 내부에서 쓰일수 있는 일반화되어있는 시장이다. (일반화 되어있는 시장에선 그림의 특정 그림체가 쌔면 안되니 꼭 염두해두어야 한다. 그림체가 쌔다는건 나쁘다는게 아니다.) 이쯤에서 내가 원하는 그림체나 IP로 일을 받고 싶은게 이 일을 시작하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시장성을 가진 그림체 위에 고도화 하는 작업으로 내가 하고 싶은 그림체를 섞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다시 업로드 해서 반응을 봤다. 기업에 필요한 마케팅용 그림이지만 내가 원하는 그림체에 가까운 그림체로 일을 받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일반화되어있는 그림체 + 내가 하고 싶은 그림체 두가지 방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고도화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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