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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IN Jan 17. 2024

외주 그림 운영 (하)

mavin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생존하는 방법

이전에는 흩어지는 모래성을 바라보면서 다시 쌓고 흩어지면 다시 쌓고 해서 조금이나마 굳어가는 과정을 이해했다. 근데 살짝 이해가 되니 이번엔 모래가 아니라 다른 걸로 쌓아보기로 하면서 좀 더 전략적으로 어떻게 내가 그린 그림들을 팔아볼까 그리고 그것 이외에 다른 방향으로도 어떻게 쌓아 올릴까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있다. 전의 글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결과를 얻어낸 걸 공유하려고 한다.


나만의 시장 혹은 창구 확보하기

내 그림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분명히 필요하다. SNS가 되든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되든 내 그림을 업로드해서 그걸 평가받아볼 창구가 분명히 필요하다. 이걸 깨닫게 해 준 사람이 있는데 처음 나를 업계로 들어오게끔 해준 사람이 있다. 그분은 나의 첫 번째 회사에 팀장님이었다. 현재 개인사업 중에 있고 나름 업계에서 잘 운영하고 계신 분이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데 난 그분의 운영방식에서 많이 참고했다. 초반 운영에선 그림의 깊이감이나 작가성, 마케팅 그런 건 의미가 없다. 시장에 꼭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서 넓게 포진하게끔 하는 게 운영방식의 첫 번째 일이다. 그림을 그리면 자신만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기법을 드러내는데 이게 잘 터지면 좋겠지만 불발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손가락 빨고 우울증에 각종 정신병을 얻어 오히려 그림을 포기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먼저 다 내려놓고 그림체의 힘을 뺐지만 어느 정도 트렌드를 반영한 색감과 그림체를 연구해서 필요한 소재만 넓게 뿌려보자. 나는 이 시스템을 스톡사이트에 입점해서 내 그림들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운영을 1년 정도 해보면 매해 어느 카테고리 어느 그림체가 팔리는지 데이터가 쌓인다. 그럼 그 데이터를 토대로 그 위에 얹혀 그림체를 연구해 볼 가치가 생기는 거다.


크몽 분석하기

크몽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사이트에 입점도 했었고 진행도 해봤지만 맨 처음 사이트에 뜨는 화면은 가히 충격적인 게 호텔이나 펜션 운영 UI와 비슷하다. 이미지가 있고 바로 밑에 가격이 올라와있다. 상단에 띄우는 건 돈이 많으면 홍보용으로 탭 달아서 상위 노출이 가능하다. (정해진 금액 광고) 프로젝트가 성공리 진행한다고 해도 크몽 쪽에서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아 운영할 때 그림체보다 더 힘을 써야 하는 게 공수가 적지만 운영은 그나마 할 수 있는 그림체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업계에서 소문이 났는지 그림 쪽은 이미 클라이언트 쪽에서도 가성비(?)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속 쓰린 경우가 몇 번 있다. 몇 년간 지속되다 보니 공급 없는 수요로 점점 일러스트레이터들은 크몽을 떠나는 추세로 보이는 게 기존에 있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몇 달 뒤에 보면 안보이거나 그전보다 가격이 몇천 원대로 떨어져 있다. 그리고 기존에 유지하시던 분들의 후기를 보면 이미 이곳에서 일이 안 돈다는 게 보인다. 그럼 이곳엔 시장성이 아예 없는 걸까? 분명 제일 저가로 흘러가는 곳에도 돈은 돌고 있을 거라서 이곳의 분석은 상당히 유용하다. 입점해있지 않지만 개인이 의뢰를 주는 경우도 이곳에선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의뢰 시 어떤 그림체를 찾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후기가 많은 곳을 찾아가자) 그 수가 점점 많아지면 어느 정도 트렌드도 분석이 가능한데 개인이라는 건 일반인들인 거고 일반인들은 곧 전체 트렌드를 의미하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서의 분석도 같이 하고 있다.


소재 찾기

앞에서 말한 것들을 분석하다 보면 막연한 부분이 있다. 주제다. 빠르게 넓게 퍼트릴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생각보다 추상적이다. 그래서 정확한 메타포가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글로 쓰면 가능한 영역이 시각적인 언어로 다시 재해석해서 풀어야 하는 점이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전반적으로 잘 통하는 시기가 있고 위로라는 주제가 전반적으로 잘 통하는 시기가 있다. 이런 것들을 담아낼 메타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커플의 모습에서 사랑이라는 행동을 담아 그려 넣고 친구와 선배, 부모의 모습을 그리면서 위로를 담아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초기 운영 때 소재를 찾고 분석하고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는 작가의 그림들을 보면서 어떤 색과 빛을 사용했는지 어떤 연출 방법을 연구했을지 참고하는 게 좋다. 여기서 절대 그냥 따라 하면 안 된다. 분석을 하는 것이지 카피는 범죄다.


그림체 투트랙으로 파기

앞서 이야기한 것들은 가장 보편적인 시장들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다.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의 상품이 아닌 공공기업이나 회사 내부에서 쓰일수 있는 일반화되어있는 시장이다. (일반화 되어있는 시장에선 그림에 기호가 쌔면 안되니 꼭 염두해두어야 한다. 나쁘다는게 아니다.) 이쯤에서 내가 원하는 그림체로 외주를 받고 싶은게 사실 이 일을 시작하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시장성을 가진 그림체 위에 고도화 하는 작업으로 내가 하고 싶은 그림체를 섞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다시 업로드 해서 반응을 봤다. 기업에 필요한 마케팅용 그림이지만 내가 원하는 그림체에 가까운 그림체로 일을 받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일반화되어있는 그림체 + 내가 하고 싶은 그림체 두가지 방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고도화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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