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세상의 구원자들'
어느 곳을 가든 주머니에서 씨앗을 꺼내
한 뙈기의 땅을 꽃밭으로 만드는
세상에 갇히는 것보다
생각 속에 갇히는 것이
더 큰 부자유임을 아는
불안은 허공에 던지고
기적이 일어날 여지를 남겨두는
부적처럼 여러 겹 접힌 희망을
마른 가슴께 품는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과 이야기하고
비 오는 날에는 비와 대화하는
보물은 폐허에 묻혀있다는 걸 아는
하루에 한 번은 회전하는 세상의 중심이 되어
꽃처럼 고요히 앉아 있는
완두콩 꼬투리에서 연두색 기쁨 꺼내듯
생의 중간쯤에서 자신만의 진리를 줍는
심장의 네 개의 방을 숫자보다
감탄부호로 채우는
새벽에 별들이 돌 속으로 숨고
달이 꽃 속으로 숨는 것을 지켜보는
행갈이만을 의지해 생을 살아가는
- 류시화 '세상의 구원자들' 중에서
오롯한 사랑으로 하나의 우주를 온전히 품어
세상으로 내어놓고서 텅 빈 그릇으로
다시 태어나는 어미
아직 사랑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매일같이 다정을 물어다주는 옆지기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슬픈 세상에서
원칙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끝까지 묵묵히 싸우고 있는
그대 그리고 나^^♡
구원은 가장 낮은 곳에서
흔하디흔한 모습으로 옵니다.
세상에 존재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살아가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으로 누군가를 구하고 지키고 있는
당신 덕분에 하루를 무사히 삽니다.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