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세요. 그때처럼 소리 지르면서

삿대질하면서 해보세요.

by 이정욱 교수

키도 크고 덩치도 있던 S는 매화꽃이 가장 먼저 피는 지방이 고향으로

Y대학의 W캠퍼스를 졸업했다고 했다.

그는 OOO社의 과장이었다.

그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OOO社의 일을 도와주던 내게 함부로 하기 어려워 가식적인 예의를 갖췄을 수도 있다.

OOO社의 작고 큰 몇 가지 일들을 도와주는 짧은 시간 동안

S과장과는 약간의 친분이 쌓였다.


평생을 잊지 못할 S과장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내가 (비공식) 임원 직급을 달고 OOO社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OOO社의 대표는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도저히 속도가 붙지 않는다고 했다.

내게 그 원인을 찾아달라고 했다.


원인을 찾아달라고 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디서 막혀 있는지,

그 문제가 맞다면 대책이나 대안은 무엇인지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의외였다.


가장 큰 문제는 S과장이었다.


S과장은 프로젝트를 리딩 한 경험이 없었다.

게다가, 혼자 또는 팀 단위로 진행할만한 역량도 되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실력은 안되는데 본인이 해보고 싶은 특정 업무에 사심이 있었다.


특정 업무에 사심이 있었다.


OOO社의 대표는 특정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S과장의 말만 듣고 그에게 프로젝트의 운전대를 맡기고 있었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역량이 되지 않는다고 인원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

역량은 안되지만 맞물려 있는 일이 여러 가지인 상태에서 당장 그 사람을 뺀다고 해서

적합한 사람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사람을 입사시키면서 같이 입사시킨(동반 이적)

인력도 있기에 S과장을 교체하게 되면 그 팀 전체를 교체할 각오를 해야만 했다.


팀 전체 인력의 재배치는 리스크(risk)가 너무 컸다.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시간이 부족했다.


고민 끝에 경상남도에 있는 모대학의 교수님과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콘셉트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만들고 나면 콘셉트에 따라서 그 대학의 교수님이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S과장이 팔로우하도록 진행하는 것으로 회사 임원진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회사 임원진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시간을 거치면서 콘셉트를 완성시켰고

이 과정들은 모두 카톡에 기록이 되고 문서로 만들어졌다.


콘셉트가 모두 완성되었을 때 교수님과 나는 서로를 격려했고

나는 교수님께 '이제 S과장과 프로젝트의 남은 진행을 잘 부탁드린다.'며 일을 마무리하고

S과장에게 모든 자료를 넘겨주고 내 선에서는 마무리를 지었다.




어느 날 오후,

갑자기 OOO社의 R 부사장에게 연락이 왔다.


R 부사장이 하는 말은

'S과장이 프로젝트 결과물이 완성됐다고 해서 가서 봤는데 핵심 부분이 잘못되어 있었다.

R 부사장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말하자. S과장이 그건 내가 잘못한 거라고 했다고 한다.

이 말이 맞는지 책임 소재 구분을 위해 확인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R 부사장과 함께 프로젝트 결과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주위에 몇 명의 사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프로젝트를 결과물을 살펴보고 나서 S과장에서 말했다.


'이 부분은 잘못됐는데요?
S과장, 왜 이렇게 했어요?'


갑자기 S과장이 내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이렇게 한 거잖아!!!'



침을 튀기며 S가 하는 말과 삿대질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너무 충격적이라 영화의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다.

눈이 시뻘 거진채로 흥분해서 씩씩거리는 S과장을 뒤로하고서

R 부사장과 함께 그 공간을 되돌아 나왔다.


그리고, R 부사장에게 말했다.


제가 정리해서 연락드릴게요.




며칠 내내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모욕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저렇게도 사는 쓰레기가 있구나 싶었다.


나이 어린 직원들 앞에서 함께 흥분해서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

심호흡을 하며 냉정하게 자료를 수집했다.


모대학 교수님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남긴 문서들,

S과장에게 이관하기 전까지 여러 번 확인한 자료들을 모두 다 A4 종이로 출력했다.

중요 카톡 대화를 A4에 큼지막하게 출력했다.

모든 자료가 준비된 후 임원들 단톡에 준비된 자료를 올렸다.

그러고 나서 내 입장을 올렸다.


이렇게 넘어가고 싶지 않네요.

반드시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야겠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에는 법적인 대응도 고려중입니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모든 사람이 모이도록 해주세요.




O월 O일 O시

사건 당시 있었던 모든 사람이 모인 자리가 마련됐다.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S과장이 들어왔다.

내가 출력한 자료를 건네면서 말했다.


'S과장님, 자료 보시고 그때 했던 말 다시 한번 해보시죠'

'....................'


S과장은 말이 없었다.


'말씀하세요. 그때처럼 소리 지르면서'

'죄송합니다.'

'자료 하고 근거가 다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해서 본인의 잘못을 남한테 뒤집어 씌울라고 해요?'

'...............'

'공식적으로 사과하세요. 안 하면 법정에서 만납니다.'

'죄송합니다.'


임원들을 포함해서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직원들도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더 이상 OOO社의 일은 손대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들었다.

S과장이 자기의 치명적 실수를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사실이

공개된 후 회사에 소문이 퍼지고 결국 따돌림을 당했고 퇴사했다고 한다.


https://m.pressian.com/


어느 분야든 한국 사회 인력풀은 좁다.

S과장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OOO社에 있는 현직, 퇴직 직원들 사이에

전설처럼 공유되고 입에서 입으로 퍼질 것이다.


S과장은 그 상황에서 왜 그런 최악의 행동을 취했는지.

결과가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지금도 속 시원한 답은 듣지 못했지만 짐작만 한다.

살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고 산다.

역시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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