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한 윤우의 0세용 여름 양말
윤우 문화센터 수업이 끝나고 나온 김에 집에 곧장 들어가기가 아쉬워, 괜히 백화점 한바퀴 돌고 커피 한잔 사서 집에 가려는 차.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잠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동안 먼 테이블에 앉으신 할머님 두분이 한참 윤우를 보며 웃으시더니 입을 떼셨다.
“하이고~~ 백일 되었능가”
“지금 만5개월이고 곧있음 6개월 되어요!”
“아이고~ 그래그래~ 그래가 목이 뻣뻣하니 잘 서네!!”
뒤이어진 말.
“요즘 젊은 아들은 아가들 양말을 안신기고 나오드라. 참~말 그게 보기 싫은데 와 아가 양말을 안 신기고 나오는지 몰라. 애기 엄마는 양말 잘 신깄네!”
‘헛. 뜨끔!’ 그리고 이내 흐뭇함이 묻어난 잔잔한 미소와 안도가 섞인 성취감같은 묘한 뿌듯함!
윤우는 지금 양말을 신기었다!
정황은 이러했다.
뜨거운 햇볕이 가득한 한 여름인데도 양말을 신고 있다, 하면 이건 여름 양말이다. (아니, 글쎄, 0세용 여름양말이 있는 줄은 또 몰랐다!)
날이 더우니 윤우의 발은 많이 움직였다싶으면 촉촉해지고, 분명 에어컨을 빵빵하니 온 집안을 쾌적한 상태로 종일을 만들어놓아도 요상하게 샤워를 시키고 씻기기를 돌아서면 발바닥이 쫀독쫀독해졌다. 분명 두발보행을 하는 때도 아니고 심지어 아직은 스스로 앉지도 못하는 때라 늘 의자에 앉아있거나 바로 누워있거나 엎드려있는 것인데 어째서 발에 땀이 차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의 아주 소심한 생각컨대, 신발이나 양말을 신지 않아도, 서서 발을 땅에 대고 움직이지 않아도 혈액순환의 끝자락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상황이 그러하니 자연스레 양말을 신길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고 발가락과 발바닥을 시원허이 내놓고 움직였던 것인데, 그렇게 외출을 하기만 했다하면 하루에 적어도 다섯번은 꼭 듣는 말이 있었다.
“아이고~ 아가야 양말을 신겨야지! 양말을 안신기고 나오면 안되!” 이건 꽤나 아기를 향한 걱정이 드러나는 말이라면, 간혹은 “쯧쯧쯔. 양말도 안신기고.” 하시며 핀잔과 같은 잔소리도 꼭 빼먹지 않으시는거다.
처음엔 “아,네..!” 하면서도 큰 필요성을 못느껴 시원허니 발을 내놓다가 그 잔소리를 삼일 내내 듣다가는 결국 쿠팡을 열어 [아기 여름 양말] 을 검색해 ’로켓배송‘으로 바로 주문해 다음날 받자마자 부리나케 빨래를 해서는 단단히 신기고 나갔더니, 어째 지나가는 할머님들께 꾸중을 듣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할머님들 얘기 괜한 말이 아닐테니 그 뒤론 꼭꼭 외출시엔 뜨거운 땡볕 여름이라도 여름양말을 신기고 나가는데 오늘 같은 날 양말없이 발을 훤히 내놓고 나왔더라면 큰일이 날 뻔 하였다!
이참에 든든한 마음 보태서 여태껏 궁금했던 질문을 나도 날렸다. (윤우는 양말을 신기었으니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양말은 왜 신겨야하는 거에요~? 여름이라도 양말을 안신기면 감기가 걸릴 수가 있어요??!“
질문을 하면서도 사실 나는 ”그렇지!“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웬 걸.
”아니라도 밖에 나왔는데 애 발가락 발 훤히 내놓고 달랑달랑 댕기면 보기 안좋지!!!!! 애기도!!“
하셨다.
그러니까.음.음.
이건 생후 몇개월 된 아기라도 보호하고 존중을 해줘야한다는 뜻인지, 순전히 ’발가락 그대로 달랑달랑 보이게 하는게 보기 싫다!‘ 인지는 모르겠다.
여튼저튼 나는 할머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뒤돌아서며 안도의 한숨과 왠지 모를 커다랗고 든든한 뿌듯함을 안고 총총총 걸음을 옮겼다. ‘아~주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