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댓바람부터 모기 한마리가 꼴사납게 내 주위를 윙윙거려 깼는데 이내 소리가 안들리기 시작했다.
반사작용이란 이런 것인가.! 갑자기 쭈뼛쭈뼛 온 머리가 곤두 서더니 “윤우! 윤우!!!”를 외치며 발딱! 몸을 일으켰다. (새벽 네시반에 이게 무슨 일인지!)
꼴사나운 모기가 윤우한테 갈까 걱정되어 다시 잠들지 못하고 곧장 내 온 몸 다 드러내놓곤 “나한테 와라 제발 나한테 와라, 내 새끼 피 한방울이라도 빨면 내가 절대 가만 안둬!!!!“ 내가 정말 죽여버릴거야!!!!!!!“
바득바득 이를 갈며 내내 중얼중얼. 어딘가에 있던 전기채는 또 어떻게 찾아내 비몽사몽 손에 잡아채와서는 새벽부터 열을 채니 남편이 그 모습보고 세상 엄마들은 다 똑같구나 - 하면서 출근을 했다.
(참고로 우리 남편이 집을 나서는 출근시간은 다섯시 오십분. 대체 내가 이 시간에 뭘 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모기새끼가 눈치를 채버린건지 종적을 감췄다.
부들부들
쪼그만 아기가 얼마 되지도 않을 핏방울을 고약한 모기에게 빼앗기고는 보드랍고 깨끗한 얼굴에 빨갛고 불룩한 상처가 남을까 두려워, 나는 그 상태로 전기채도 장전해두고 내 두 손도 긴장태세를 갖춰 윤우 옆에 꼭 붙어 하루를 보내었다.
‘오늘 하루 이 자식 못잡으면 내내 전기채들고 집에 서있을 삘이야‘
했는데, 정말로 나는 종일 그러한 기괴한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온갖 방향으로 흐트러진 머리칼에 머리핀은 꽂혀있을 곳이 아닌 곳에 꽂혀서 댕강댕강 움직이고 있는 초췌한 몰골에 새벽부터 모기채를 들고는 결단코 내새끼 모기 물리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결단된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해 끝을 내는 내 모습이 이제 영락없는 애엄마, 소위 k-아줌마가 다 된 것만 같아서 웃기면서도 결국은 아이를 지켜내 사명과 본분을 다 했다는 역할로써의 뿌듯함. 내 몸 하나는 모기에게 뜯겨도 문제없으니 아이를 뜯을 거라면 날 뜯어라!! 하며 옷을 홀라당 홀라당 거리고 있는 나라니.
내가 언제부터 이리도 나보다 누군가가 훨씬 더 소중해진거지?
그러고보면 누구 대신해서 죽으라면 당장이라도 가능한 건 내 자식이라고 할 수 있어진 것이,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느껴져 참말 이것이 부모사랑이구나싶다.
나,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