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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Sep 04. 2022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알 수 없었던 것

교사의 경험이 교육으로 돌아가…ㄴ..네…?(4)


이전 글에서 계속

https://brunch.co.kr/@subeenist/126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이건 뭐냐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영화야. 선생님이 방학 때 왓챠를 끊어서 봤거든. 그중에 재밌었던 영화야. 엄청 옛날 영화지? 로맨틱 코미디물이야. 근데 15세 이용이니까 너희는 아직 못 보겠다. 뭐? 이미 19금도 봤다고? 오호라, 부모님한테 말해도 되지?


어쨌든 이 영화를 왜 소개하고 싶었냐면, 참 인생은 모르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여기 남자가 해리고, 여자가 샐린데, 이 둘은 대학생 때 처음 만나서 쭈욱 그냥 친구로 지내다가 맨 마지막에 연인이 되거든. 근데 이 둘의 첫 만남이 진짜 웃겨.



진짜 저 사람 별로다.


저기 맨 오른쪽 남자가 해린데, 처음 만났을 때는 친구의 남자 친구였어. 무슨 관계인지 알겠지? 대학 졸업 후에 우연히 행선지가 같아서, 샐리가 친구의 남자 친구를 태워다 주려고 10시간 넘게 운전을 같이 하면서 가는 거야. 이거 깻잎 논쟁인가? 어쨌든 이 둘이 그렇게 운전을 하면서 가는데, 영화를 보면 정-말 로맨틱하지가 않아. 로맨스가 하나도 없어. 서로의 단점 같은 게 먼저 보여.


해리는 처음에 조수석에 앉아서 포도를 먹으면서 가는데, 포도는 껍질도 있고 씨도 있잖아. 포도를 그냥 으적으적 씹어먹고 껍질이랑 씨를 창 밖에 뱉으려다가, 유리창을 안 내려서 창에 퓁! … 어때, 더럽지? 결국 유리창 내리고 옆에서 계속 쩝쩝대면서 포도를 먹고 씨를 퉤퉤 뱉으면서 가. 웩…


게다가 사사건건 의견도 안 맞아. 막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하면 둘이 티격태격 싸워. 뭐 하나도 공감을 안 해, 둘이. 그리고 가다가 식당에 들어가는데, 여자가 주문을 엄청 까다롭게 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예를 들면 막 오므라이스를 시키면서 뭐는 빼주시고요 뭐는 잘게 다져주시고 위에 계란은 어떻게 해주시고 위에 뭘 뿌려주시고 뭐 이런 식이야. 보통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와~ 매력적이야~ 하진 않잖아?




그런데 우리가 사랑하고 있네?


그렇게 서로 성격이나 취향이나 반대라고 생각하면서 헤어지는데, 몇 년 뒤 마주치고, 또 마주치고 하면서 결국 이 둘이 사랑에 빠져. 그리고 둘이서 정말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거지. 나중에 누군가가 “그래서 너희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라고 물으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음… “원래는 그냥 친구였다가 어느 순간 사랑하게 됐어.”로 요약될 수 있을까? 참 어렵다, 그렇지. 그 길고 긴 이야기가 어떻게 한두 문장에 다 담길 수 있겠어.


영화가 재밌었던 것도 있지만, 특히 선생님이 다 보고 나서 너희들한테 말해주고 싶었던 이유는, 진짜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야. 그게 뭐냐면, 참 희한하지. 이 사람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게 영화 후반부에 가면 엄청 사랑스럽게 보인다? 여자가 그런 까다로운 주문을 하는 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거야. 남자도 이상하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잘생겨 보이는 거야. 나중엔 서로가 왜 서로에게 사랑에 빠졌는지가 납득이 돼.



그러니까 인생은 알 수 없다, 진짜로.


알겠니, 얘들아? 단점이 장점이 되고 장점이 단점이 되고, 싫었던 요소가 매력 포인트가 되고 매력 포인트였던 것 때문에 정이 떨어지고,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한순간 돌아서기도 하고, 절대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던 사람과 사랑하게 되기도 하고, 절대 영원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이 오래 이어지기도 하고… 그런 일들이 막 일어나.


그러니까 인연이라는 건, 인생이라는 건, 완전히 알 수가 없어. 이거야, 이건 아니야, 진짜 좋아, 진짜 싫어,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는 거더라.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게 있더라고. 흥미진진하지.



마지막으로 보여줄 건, 짠! 친구들 고양이야.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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