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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Jun 11. 2021

시간 뭉텅이

검은 눈동자는

자꾸 지나간 어제를 기웃대고 싶어서

잠에 못 든다


지나간 어제는 지나간 어제로 두렴

저 멀리 지나친 미래를

못 믿을 까닭이 없잖니


저 멀리 나를 내려다보는 미래는

까딱까딱 고개를 흔들며

하루 하루를 당기며

나는 누구에게 당겨지지도 않는 몸으로

매 시간을 축내며

가까워지지 않고

멀어지지도 않았으며

긴 거리를 유지했다


미래가 존재한다는 것이

기쁘지도

슬프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으니까

우리는 그냥 바라보고 있었지

이미 존재하는 미래를


저 멀리 앉아

나를 기다리며

까딱까딱 고개를 흔드는 것을


빠르게 가까워지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고 아주 늦는 일도 없겠지

여전히 잠에 들지 못하는 눈동자를 하고선

나는 다시 시간 시간을 축내며

이 곳에서

지금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지금은 무뚝뚝한 나의 친구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도무지   없는,

무심한 얼굴로

중요한 말을 얼버무리는 애

자꾸만 돌아봐야 얼굴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네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지금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아주 꼭꼭 씹어야지

기필코

한 그릇 가득

흰쌀밥의 단내를 느껴야지


저 멀리 까딱까딱

미래가 고개를 흔들고 있어도

다시 고개를 내려

내 앞의 밥을 꼭꼭 씹어 먹는다

중요한 말을 얼버무리는 얼굴이

가끔은 환하게 웃는 것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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