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동자는
자꾸 지나간 어제를 기웃대고 싶어서
잠에 못 든다
지나간 어제는 지나간 어제로 두렴
저 멀리 지나친 미래를
못 믿을 까닭이 없잖니
저 멀리 나를 내려다보는 미래는
까딱까딱 고개를 흔들며
하루 하루를 당기며
나는 누구에게 당겨지지도 않는 몸으로
매 시간을 축내며
가까워지지 않고
멀어지지도 않았으며
긴 거리를 유지했다
미래가 존재한다는 것이
기쁘지도
슬프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으니까
우리는 그냥 바라보고 있었지
이미 존재하는 미래를
저 멀리 앉아
나를 기다리며
까딱까딱 고개를 흔드는 것을
빠르게 가까워지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고 아주 늦는 일도 없겠지
여전히 잠에 들지 못하는 눈동자를 하고선
나는 다시 시간 시간을 축내며
이 곳에서
지금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지금은 무뚝뚝한 나의 친구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심한 얼굴로
중요한 말을 얼버무리는 애
자꾸만 돌아봐야 얼굴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네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지금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아주 꼭꼭 씹어야지
기필코
한 그릇 가득
흰쌀밥의 단내를 느껴야지
저 멀리 까딱까딱
미래가 고개를 흔들고 있어도
다시 고개를 내려
내 앞의 밥을 꼭꼭 씹어 먹는다
중요한 말을 얼버무리는 얼굴이
가끔은 환하게 웃는 것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