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절에 우리는
불안을 저글링 하며 걸었다
누군가 스러지는 숨을 느낄 땐
우리가 아님에 안도하면서
천천히 다쳤다
검은 삶을 건널 땐
돌아가며 망을 봤다
우린 팔짱을 끼고도 멀어졌지만
곧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서로를 지킬 수 있는 거리만큼
노 없이 긴 거리를 나아가며
끈끈한 물은 털어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알면서도 살았다
한 명이 지치면
두 명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명이 지치면
한 명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유독 크게 다친 날에는
모두 모여 그 애를 들여다봤다
그렇게 하면 괜찮을 거라고 믿으면서
모두가 기진맥진한 어떤 날에는
우리를 들여다 봐줄 사람이 없어
무사하지 못했다
믿음은 종종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너무 자주 고꾸라졌던 우리
어느 날엔
키가 한 뼘씩 자라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 하늘을
거꾸로 선 발이 부쉈다
영문을 모르는 표정들이
물구나무서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았다
다음 계절이 도착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