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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May 03. 2021

다음 계절을 맞이하는 자세

이번 계절에 우리는

불안을 저글링 하며 걸었다


누군가 스러지는 숨을 느낄 땐

우리가 아님에 안도하면서

천천히 다쳤다


검은 삶을 건널 땐

돌아가며 망을 봤다

우린 팔짱을 끼고도 멀어졌지만

곧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서로를 지킬 수 있는 거리만큼


노 없이 긴 거리를 나아가며

끈끈한 물은 털어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알면서도 살았다




한 명이 지치면

두 명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명이 지치면

한 명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유독 크게 다친 날에는

모두 모여 그 애를 들여다봤다

그렇게 하면 괜찮을 거라고 믿으면서


모두가 기진맥진한 어떤 날에는

우리를 들여다 봐줄 사람이 없어

무사하지 못했다

믿음은 종종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너무 자주 고꾸라졌던 우리






어느 날엔

키가 한 뼘씩 자라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 하늘을

거꾸로 선 발이 부쉈다


영문을 모르는 표정들이

물구나무서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았다

다음 계절이 도착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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