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앓아 눕고서야 선명해지는 마음에 대해 말해야 한다.
한 계절을, 그 이상을 아프고 나야 자라나는 사람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다음에는 어떤 눈물이 있는지,
우리가 쏟아야 하는 눈물을 다 쏟고 나야만 더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내내 서글퍼야만 지날 수 있는 봄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렇다 할 고민 없이도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대해 말해야 한다.
어린 마음들이 연유를 모른 채 혼자 외로워하지 않도록.
누군가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전해야 한다.
창가를 두드리는 바람은 누구의 바람도 담고있지 않다고,
한 번도 빛나 본 적 없는 것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
세찬 물음은 언젠가 나무를 해쳤다고 했다.
그러니 어느 날은 물음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날은 그것 만으로 중요한 질문이 될 거라고
까닭 없이 숨을 죽이는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여전히 그렇게 나아가는 발들이 있다고 전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