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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Aug 11. 2021

종말과 우는 눈



너의 눈을 담은 사진

가장 어울리는 액자를 골라

걸어두고 싶어

애써 밝게 웃지는 않아

이제 곧 종말이잖아


모두가 행복을 그리워하는 와중에

너는 슬픔을 돌아봤어


우리의 마지막 영화는 아름답지 않아서 아름다웠지


밝게 웃을 필요가 있을까

다 끝나가는 마당에




종말이 오고 있어

오늘의 뒤꽁무늬에 바짝 붙어서

더 이상 밝지 않아도 되는 마당에서

새카맣게 타버리겠지


너의 눈을 담은 액자는

무슨 색이 좋을까

웃음은 필요 없어도

액자는 필요하니까

다 끝나가고 있으니까


애쓴 행복이 없는 마당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돗자리 위로 누워볼까

우리를 슬프게 했던 것을 모조리 돌아볼까

그 슬픔 위로 쏟아지는 웃음을 지어볼까


나는 들었어

이 순간이 영원히 남는 소리

허공에 문신으로 새겨지는 소리


기쁨같은 것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난 뒤에야

그런 걸 그리워하기 마련이니까

너의 눈을 담은 사진을 걸어두고 싶어

이제 곧 종말이잖아




너의 마지막 눈은

우는 눈


행복하지 않은 모양으로 행복한

우리의 피날레


나는 이 사실을 잊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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