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을 담은 사진
가장 어울리는 액자를 골라
걸어두고 싶어
애써 밝게 웃지는 않아
이제 곧 종말이잖아
모두가 행복을 그리워하는 와중에
너는 슬픔을 돌아봤어
우리의 마지막 영화는 아름답지 않아서 아름다웠지
밝게 웃을 필요가 있을까
다 끝나가는 마당에
종말이 오고 있어
오늘의 뒤꽁무늬에 바짝 붙어서
더 이상 밝지 않아도 되는 마당에서
새카맣게 타버리겠지
너의 눈을 담은 액자는
무슨 색이 좋을까
웃음은 필요 없어도
액자는 필요하니까
다 끝나가고 있으니까
애쓴 행복이 없는 마당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돗자리 위로 누워볼까
우리를 슬프게 했던 것을 모조리 돌아볼까
그 슬픔 위로 쏟아지는 웃음을 지어볼까
나는 들었어
이 순간이 영원히 남는 소리
허공에 문신으로 새겨지는 소리
기쁨같은 것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난 뒤에야
그런 걸 그리워하기 마련이니까
너의 눈을 담은 사진을 걸어두고 싶어
이제 곧 종말이잖아
너의 마지막 눈은
우는 눈
행복하지 않은 모양으로 행복한
우리의 피날레
나는 이 사실을 잊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