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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May 31. 2021

어둠속의 네모 조각


어둠에 가로막혀 혼자 생각했어


세상은 참 시끌벅적하구나

싱긋싱긋 웃는구나

나만 빼고 분주하구나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죽는구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길 바라는 밤에는

내 둥근 곳을 스스로 갈아야 했어

아주 아팠어


모난 것을 자처하면서

내 어디를 영영 잃는 동안

계속 울었어




넌 내가 항상 용감하길 바랐지만

난 그런 것 과는 거리가 먼 걸

언제나 주눅 드는 걸

매일 우는 걸


더 이상 질문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도

계속 묻고 싶었어

돌아올 대답을 아는데도



너는 내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매일 쪼개졌어

너는 내가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었지만

여전히 난 아무것도 아니고


다잡아야 해

다잡아야 해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잡고 싶은 건 바람뿐이라서

잡아도 잡히지 않았어





도무지 알 수 없는 기분 앞에서는

쉽게 웃었어

그렇게 쉬워지고 나면

무거운 것들이 날 쉽게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러 번 밟혀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


그치만 아팠어

또 울었어




슬픈 것들을 사랑하는 큰 마음도 있겠지만

나는 매일 쪼개지는 걸

눈물이 많은 네모가 되어가는 걸


누구에게는 그런  마음도 있다던데

난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아


납작한 어둠 속에서 생각했어

누군가 내 슬픔을 대신 사랑해주면 좋겠다

그런 큰 마음의 옆자리에서

새근히 숨 쉬고 싶다


어떤 시간들은 그냥

둥글게 굴러가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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