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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암씨 May 04. 2020

모바일은 어쩌다 전화기가 되었나 (2)

뜻밖의 인문학

오토(Auto)나 비클(Vehicle)처럼 자동차를 뜻하게 된 모빌


   이런 오토라는 단어가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의 ‘모바일(mobile)’과 만나 ‘오토모바일비클(auto mobile vehicle)’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는데 바로 자동차를 일컫는 말이다. 자동차(自動車)도 한자어로 된 단어 인지라 뜻을 풀어서 생각하면 ‘스스로自 움직이는動 차車’가 된다. 자동차라는 것이 발명되기 전을 생각해 본다면 이동 수단이라는 것은 다른 힘 혹은 동력에 의존해야만 움직일 수 있었는데 말이 끌고 가는 ‘마차’가 대표적일 것이고 소를 사용한 ‘우마차’도 있었고, 사람이 끄는 ‘인력거’도 있었으며, 배에서나 사용할 법한 돛을 달아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차도 있었으니, 끌거나 밀어주는 어떤 동력도 없어 보이는 차를 보고 ‘스스로 움직이는’ 이라고 불렀던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 이때의 모바일은 ‘움직이다’라는 의미에 가깝고 주로 이런 의미로 쓰였던 것이다. 초등학교 미술 교과서에도 나오는 움직이는 조각의 이름이 모빌(철자와 의미는 같지만 미술작품에서는 반드시 ‘모빌’이라고 읽는다)이고 갓난 아기를 위해 천정에 달아 놓는 완구의 이름으로도 여전히 쓰인다.


    그렇게 사용되던 이 단어는 vehicle이라는 단어는 축약되고 오토모빌(automobile)이라고만 쓰고 자동차를 의미하는 용도로 쓰였고 Mobile 혹은 Auto라고만 써 놓아아도 ‘자동차’를 뜻하는 말이라고 알아 듣는다. 1897년에 설립되어 이제는 사라진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 “Oldsmobile(올즈모빌)”은 창업자 ‘랜섬 올즈(Ransom E. Olds)’가 만드는 자동차 회사라는 뜻으로 여기서도 mobile은 자동차라는 뜻으로 쓰였다.(사실 난 오래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 온 전통 있는 오래된 자동차 회사라는 의미로 회사명을 그렇게 지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에 스텐리 옹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부분의 자동차가 바로 올즈모빌의 자동차로 69년형 커틀러스 컨버터블 모델이다.

1968 Oldsmobile Cutlass convertible. Avengers : Endgame (2019)


모빌에서 모바일로, '움직이는'에서 '휴대용'으로


      오토를 만나 사용되던 ‘모빌’은 개인 통신 단말기인 휴대용 전화기에 여러가지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를 만나게 된다. 개인과 개인 간의 통신을 개인과 다중으로 열어 놓고,  디스플레이가 생겨나고 숫자 버튼을 대신하여 터치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미디어와 애플리케이션을 집어삼킨 휴대용 전화기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다양성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장비(equipment 비록 소프트웨어화 된 도구들이지만)’‘휴대(mobile)’하고 다니면서 언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바일 라이프(mobile life)’를 화두로 내세웠다.


    이런 스마트폰의 시장이 확대되고 보편화되면서 ‘모바일(mobile)’‘움직이는’이라는 뜻 보다(이전에도 두 가지 의미로 모두 사용되었고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는 ‘이동이 가능한’ 혹은 ‘이동이 자유로운’의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면서, 휴대할 수 있는 물건이나 이동하기 용이한 물건들 혹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더 많이 쓰임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Mobile이나 Auto라는 단어가 자동차라는 보편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듯 최근에는 모바일(Mobile)이라고 하면 흔히 말하는 휴대폰을 연상하게 되었고 모바일(mobile)이라고 하면 이제는 스마트폰을 생각하기 쉽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를 의미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유명 정유회사 "엑손모빌(Exxon Mobil)" 덕분에 미국에서는 주유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모바일이냐 모빌이냐를 이야기 하면서 어느 것이 맞고 틀리냐를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사용이라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무엇이 되었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 맞게 반영하여 유연하게 변화하는 것이 문명이 되고 그런 작은 변화들은 언제나 혁명이 되고 세상을 바꾸며 지금까지의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 왔다고 믿는다.



 

       자료도 찾고 검색도 하면서 문득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모빌이 떠 올랐다. 뭔가 하나는 다양한 원색으로 표현되었던 작품이었고 다른 대표작은 붉은색 오브제로만 표현된 “레드 모빌”이라는 작품이었는 찾는게 쉽진 않았다. 키네틱 아트와 현대미술에 나름 거대한 획을 그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 1898-1976)’의 대표작인 “Red Mobile”을 인터넷을 통해 보고 싶다면 앞글자를 반드시 대문자로 입력하여 검색해야 한다. 대문자 없이 red mobile로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 붉은 색상의 스마트폰 사진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Cover : “Red Lily Pad” Solomon R. Guggenheim Museum 2017 Calder Foundation, New York / Photo by David He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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