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년째 교대근무를 하는 중이다. 이런 밤낮이 바뀌는 생활은 여러 문제들을 불러일으킨다. 그중 하나는 컨디션이 오락가락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야간을 하고 온 다음 날에는 몸 컨디션이 바닥을 친다.
야간에는 저녁 여섯 시까지 출근해서 아침 아홉 시에 퇴근해 총 열다섯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물론 이 시간을 다 일하는 건 아니다. 중간중간 대략 다섯 시간 정도의 법정 휴게시간이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열 시간 내외다.
수면시간만 따져보면, 야간에는 새벽 다섯 시부터 아침 여덟 시까지 세 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다. 그리고 이렇게 퇴근해서 집에서 나머지 수면 시간을 보충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세 시간을 자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홉 시 반쯤 된다. 이때부터 대략 두 시 정도까지 다섯시간을 잔다.
총자는 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야간에 세 시간을 자고 집에 와서 다섯 시간을 자니 총 여덟 시간이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평균 수면 시간이 일곱 시간이 채 안 되는 것을 봤을 때 나쁜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저녁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는 통잠을 자는 것과 이렇게 두 번 쪼개서 자는 토막잠은 수면의 질 차이가 상당하다. 이렇게 집에서 자고 일어나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게 몸으로 실감된다. 이런 문제가 혼자 살 때는 문제가 안 됐다. 컨디션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와 함께 살고 나서 이런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 팔 년동안의 장기연애로 결혼한 우리는 좀처럼 싸우는 일이 없었는데 가끔 싸우는 날은 이렇게 야간을 다녀온 날이었다.
처음에는 이 날 싸운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나중에 내 일기를 보고 알았다. 일기를 매일 쓰는데 우연히 싸웠던 날들을 보니 모두 야간 다음 날이었다. 이때의 소름 돋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면에 관한 명저인 <우리는 왜 잠을 자는가>에 따르면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지면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이에 대한 실험도 나오는데,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졌던 사람들이 본인 스스로가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이래서 잠을 덜자고 운전을 해도 괜찮다는 사람이 나오는 이유다. 본인 스스로는 운전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 후에는 아내에게 화가 올라올 때 세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마인드 컨트롤이다. 어떤 일로 화가 났을 때 이런 수면환경으로 인해서 나 스스로가 예민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먹으니 화가 올라와도 상대방 탓을 덜하게 된다. 이것이 상대방으로 인한 것이 아닌 내 안 좋은 컨디션으로 인한 것임을 머릿속으론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이런 내 상태를 다음과 같이 공유한다. '야간을 다녀와서 지금 좀 예민해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눈에 보이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공사 현장에서도 위험물에 대해서는 잘 보이게끔 표시를 한다. 가끔 생활에서도 '취급 주의', '위험' 경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인지할 수 있도록 시인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 집에도 적용해서 거실에 쿠마몽 캐릭터를 밖에 꺼내 뒀다. 인형이 벽을 보고 있으면 평범한 날이고 밖을 바라고 보고 있으면 야간을 하고 온 것이다.
처음에는 아내 권유로 손에 팔목 보호대를 차라고 해서 해봤는데 불편하기도 하고 뭔가 환자가 된 느낌이 싫어서 지금은 쿠마몽 인형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나도 쓰면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 상태는 우리 밖에 모른다.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아온 사람도 이 모든 것을 인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이 해야 한다. 막말로 우리가 안 좋지 상대가 안 좋은 건 아니지 않나. 실제로 효과도 있다. 아내도 내 상태를 인지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이런 방법들은 본인의 환경마다 다르게 바꿀 수도 있다. 핵심은 나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하고 이것을 주변에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 이 글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나 직위들은 작가에 의하여 모두 임의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림 출처 : Ai Copi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