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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꾸꺼 Jan 06. 2020

소설<Missing> 프롤로그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늦은 아침, 한 여자가 맨발로 거리를 뛰어가고 있다. 머리카락은 심하게 헝클어져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고 긴 코트는 낡고 더러웠다. 여자가 왜 이런 모습으로 거리를 달리는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예사롭지 않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누군가는 이상하게, 누군가는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퍽!’


미친 듯이 앞으로 돌진하던 여자는 편의점에서 막 담배를 사 가지고 나오는 덩치 큰 남자와 부딪혔다. 남자는 뒤로 넘어지며 시멘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고, 여자도 옆으로 넘어지며 나뒹굴었다. 


“아, 씨X. 아침부터 재수 없게.”


남자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며 험상궂은 얼굴로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내 한 대라도 때릴 기세로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욕을 뱉기 시작했다.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여자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지저분한 머리카락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더 격렬하게 여자를 향해 욕을 뱉었다. 


“미친 X아, 넌 사과도 안 하냐? 어디서 X같이 이상한 게 튀어나와가지고, 씨X. 그 잘난 면상 좀 보게 걸레 같은 머리카락 좀 치워....”


순간, 남자는 여자의 눈과 마주쳤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눈빛이 그동안 봐왔던 것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서늘하고 차가웠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만 쳐다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딱딱한 보도블록 위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조용한 주택가를 달리다가 멈추어 섰다. 어찌 된 영문인지 대문색만 빼놓곤 집들이 매우 비슷했다. 이 동네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녀는 흡사 먹이를 찾는 야수처럼 사방을 휙휙 두리번대더니 다시 달렸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얼마 못 가 여자는 다시 멈췄다. 그리고 무언가 불편한 듯, 이마를 찌푸리며 고개를 발아래로 떨궜다. 오른발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리조각에 베인 것 같았다. 여자는 흐르는 피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더니 내달리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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