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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꾸꺼 Feb 04. 2020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

오늘의 짧은글

울퉁불퉁해진 손톱이 바르게 자라도록 돕기 위해 맞은 스테로이드 주사 


어렸을 때, 무언가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다. 천으로 된 유치원 가방 끈에 덧붙여진 비닐 덮개를 물어뜯었고, 실내화의 밑창과 윗부분을 연결하는 접착제를 물어뜯었다. 이런 버릇은 초등학생이 되자 손톱 물어뜯기로 옮겨갔다. 


손톱을 물어뜯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이랬다. 

첫 번째 이유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누군가는 심심하거나 지루하면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을 탁자 위에서 튕기거나 하는데 난 손톱 물어뜯기로 심심함을 달랬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난 나의 정신을 오롯이 손톱 물어뜯기에 집중했던 것이다. 


지금은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많이 없어졌다. 손톱 물어뜯기 말고도 심심함을 달래거나 스트레스를 풀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친구를 만나고, 음악을 듣는 것 등.


어릴 적 집중 공격했던 엄지손톱과 검지 손톱은 지금은 꽤나 울퉁불퉁하게 변했다. 2-3년 전, 내 손톱이 너무 미워서 고칠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피부과에 갔는데 내 손톱이 미운 이유가 손톱을 물어뜯는 못된 버릇 때문에 생장점이 다쳐서 그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곧이어 교정을 위해 스테로이드 주사를 손톱 아래에 있는 피부에 맞았는데 너무 아파서 다시는 병원에 가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물어뜯지 않는다. 대신 자꾸만 손톱 주위의 죽은 살들을 떼는 습관이 생겼다.

오늘 또 다짐한다. 절대 손톱 주위를 뜯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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