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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Jul 15. 2022

아기의 엄마를 존경하는 남편

아기야, 너네 엄마 대단한 사람이야

맞벌이 부부인 남편과 아내는 낮 시간에는 직장에서 업무에 임하고, 저녁이면 집에 모여 자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저녁 7시, 우리집 작은인간의 베스트프렌드인 이모님이 퇴근하시면 아기는 잠시 티비를 보고, 부부는 저녁식사를 한다. 밥을 먹고 나면, 남편과 아내 둘 중 하나는 아기와 놀고, 나머지 하나는 설거지를 한다. 혹여 아기의 컨디션이 조금 떨어진 날이거나, 목욕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내가 아기를 담당한다. 아빠보다는 엄마를 찾는 아기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덕에 아기는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기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남편이다.


출산 후 직장을 구해 경력단절을 멋지게 극복한 아내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한다. 워킹맘을 지지하는 팀장을 만난 덕이기도 하고, 시작부터 워킹맘이었기 때문에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근무조건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우리집 작은인간은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남편과의 시간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아기가 아내만 찾는 현실이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남편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차만 밀려도 피곤함이 몰려오는 남편은 출근 전 아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퇴근 후에는 아기와 놀아주는 아내가 존경스럽다. 둘 다 같은 시간을 일하지만, 앞뒤로 육아의 시간이 더해진 아내의 일정은 그야말로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편의 벌이가 아내보다 조금 많다는 것이 죄책감을 지우기 위한 유일한 위안이랄.


남편은 아기에게 전하고 싶다. 비록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훗날 이 작은인간이 성인이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미리 남겨두기로 했다.


육아는 모든 부모의 의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기에 남편과 아내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이 없다. 다만, 가끔 아기가 컨디션 난조로 짜증을 낼 때, 그 소리가 계속될 때 지치곤 한다.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를 들어줘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동해 어떻게든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번번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 한번도, 울부짖는 아기의 목소리를 모른 척한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아기는 주로 졸음이 밀려올 때 짜증을 다. 그리고 그 짜증의 시작은 늘, "아빠 가!" 하며 남편을 내치는 행위에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엄마 와!" 하고 아내를 부르지만, 그런다고 그 짜증이 가시지는 않았다. 온갖 노래와 동화, 장난감을 활용한 역할극 등으로 아기가 짜증을 내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노력은 한 시간, 두 시간, 혹은 그 이상을 갈 때도 많았다. 그리고 오롯이 아기의 엄마, 아내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이미 앞서 아기가 아빠를 배척했기에 남편은 그 옆에 설 수 없었다.


매일 아침 우리집 작은인간이 눈을 뜰 때, 그리고 깜깜한 밤 눈을 감을 때, 아기는 항상 아내를 찾았다. 고로 아내는 회사에서 업무에 매진하는 시간 외의 모든 시간을 아기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쉬는 시간 없이 달리는 아내는 때론 지쳐 아기 옆에서 먼저 눈을 감을 때도 많았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우리집 작은인간의 템포에 맞추며 전사하는 아내를 보면 남편은 안쓰러움과 동시에 존경심이 생기곤 했다.


남편은 이러한 현실을 훗날 아기가 성인이 되었을 때 알아줬으면 했다. 남편에게 생긴 존경심까지는 아닐지라도 감사한 마음이라도 가져줬으면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발단이 우리집 작은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매일 밤 잠자는 아기의 귀에 대고 아빠를 사랑해달라고 애원하는 남편이지만, 오늘 밤에는 아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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