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자정이 넘으면 거르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일과가 있다. 30분 이상은 쉬지 않고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것이다. 적어도 30분이라는 기준을 정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 가을이 시작할 즈음이었나. 하루 동안 틈틈이 생각해 둔 라임이나 표현을 총복습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내일의 프리스타일 랩을 위한 예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30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읊조리는 단어의 양은 상당하다. 랩 음악에서 보통 40초 정도가 1절의 분량이니, 30분이면 30절 분량의 랩을 쏟아내야 한다. 단어 하나로 온갖 이야기 소재를 끌어와야만 30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연습할 수 있다. 가령 '비결'이라는 단어 하나가 즉흥으로 튀어나왔다면, 이열치열 ˑ 비열 ˑ 빈혈 ˑ 미결처럼 연이어 발음이 비슷한 라임을 데려와 문장을 짓는다. 그러다, “난 증거를 쫓고 있지, 이 사건은 아직 미결”이라는 얘기를 툭 던지게 되면 나는 잠시 맥락을 타고 미결 사건을 쫓는 명탐정으로 돌변해야 한다. 그런데 12월 3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면서 나의 변화무쌍한 사고에 제동이 걸렸다. 민주주의를 위협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나약한 시민의 정체성이 내 흉부에서 자리를 비키지 않는 상황이다.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동안에도 요지부동이다. 탄핵이 되든, 하야가 되든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그 정체성에 맞춰가며 랩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달에 한 번 공중전화 부스에서 했던 프리스타일 랩 라이브 방송을 국회 앞에서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탄핵 촉구 집회는 3시 시작이니까, 1시부터 2시 사이에 라이브 방송하면 괜찮지 않을까. 장소는 국회 앞이라고 알렸는데, 현장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 105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연 표결에 응할 것인가. 이번 토요일, 프리스타일 랩 방송을 마치고 민주주의 광장에서 또렷하게 응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