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마음을 보는 눈

by 서담


나는 원래 철저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계획을 세우고,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빈틈없이 완성해 내려 애썼다.

‘대충’이라는 단어는 내 사전엔 없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 습관은 나를 지탱해 준

무기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많이 지치게

만든 고집이기도 했다.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계획대로 쓰려고 했다.

문장을 설계하고, 구조를 짜고, 감정의 흐름까지

미리 정해두려 했다.

하지만 글은 내 뜻대로 흐르지 않았다.

단단히 조인 고삐처럼 문장이 엉켜버렸고, 계획한

결말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글은 정해진 길로만 흐르지 않았다.

감정이 한 줄을 바꾸고, 생각이 하루 만에 전환되며,

처음 쓰고자 했던 의도는 때로 문장 중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혼란 속에서 나는 문장을 지우고, 다시 쓰고,

또다시 지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글이란, 나의 말이지만 동시에 나의 거울이라는 것을.

철저함과 완벽을 좇던 내가, 글 속에서는 점점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글을 쓰며 나는 배우기 시작했다.

흑과 백 사이에 무수한 회색이 있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 있고, 빈틈이

오히려 여백이라는 것을.

내가 그토록 기피하던 불완전함 속에, 따뜻함과

진심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글은 나를 조금씩 너그럽게 만들었다.

타인에게도,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예전 같으면 고쳐야 할 ‘결함’이던 부분을, 이제는

품어야 할 ‘개성’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가장 큰 변화는,

완성되지 않은 문장을 ‘괜찮다’고 인정하게 된

순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끝내 매끄럽게 다듬으려 했을 텐데,

지금은 그 어설픔 속에서 진심을 발견하고,

삐뚤어진 단어 안에 숨겨진 감정을 읽어낸다.


글이 내게 가르쳐준 건 단지 쓰는 기술이 아니다.

그건 ‘마음을 보는 눈’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마음,

채워지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는 여백,

흐르다 멈추어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감정.


나는 글을 통해,

잔잔히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소리 없는 눈물을 마음으로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무수한 감정의 결들을 포착할 수 있는 감각,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알겠다.

글은 결국 나를 변화시키고 자라게 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어떤 강의나 책 보다,

내가 쓴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이끌어주는

가장 깊은 배움이었다는 것을.


한 줄 생각 : 글은 완벽해지려는 나를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월, 수, 금 연재
이전 21화글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