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글을 쓴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서도, 모두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
나에게 글쓰기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다.
말로는 하지 못했던 것들, 입술 끝에서 맴돌다
사라졌던 감정들, 한때는 꾹 눌러 참았고,
때로는 모른 척 지나쳤던 속마음들이 조용히
종이 위로 올라온다. 어쩌면 글은 말보다 먼저,
혹은 말보다 늦게 터져 나오는 진심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글을 써요?”
그 물음 앞에서 잠시 멈춘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이 생겼고, 그 말이 입이 아니라
손끝을 타고 흘러나왔을 뿐이다.
마음이 글이 되어 종이 위를 걸어갔고,
그렇게 적어 내려간 문장들 속에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말은 상대가 있다. 듣는 이가 있어야 하고,
반응이 따라오며, 때로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글은 다르다.
글은 읽는 사람을 기다리되,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존재할 뿐이다.
조용히, 그러나 진심을 품은 채로.
그래서 글은 용기다.
드러내되 숨기고, 고백하되 자유롭고, 혼자이되
누구와도 연결되는 그 묘한 경계 위에서
나는 나를 꺼내 보인다.
그리고 그 위태롭고도 진실한 행위가,
내 안의 무언가를 조금씩 치유해 준다.
나는 글을 통해 울었고, 웃었고, 놓아주었고,
붙잡았다.
지나간 일들이 문장으로 정리되면, 비로소
그때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땐 미처 몰랐던 나의 마음, 나의 상처,
나의 다짐들이 하나의 문단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이 글이 되어 종이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렇게 써 내려간 글을 누군가가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나도 그런 적 있어요.”
“그 마음, 참 잘 알겠어요.”
그 순간, 나는 안다.
이 사적인 글이 결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내가 꺼낸 조용한 고백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이고
공감이었다는 것을.
그것이 글쓰기의 기적이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말하듯 글을 쓴다.
들키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게, 숨기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그 글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불빛 하나로 닿기를 바란다.
한 줄 생각 : 글은 나만의 고백이지만, 그 고백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모두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