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내가 머문 자리

by 서담

처음은 언제나 설렌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일, 새로운 도전 앞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조금은 들뜬다. 미지의 세계 앞에 서면 기대가 피어나고, 가능성이 가득한 내일을 그려보게 된다. 사람 사이도, 일의 시작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우리는 늘 최선을 다한다. 웃음을 지어 보이고, 다정하게 대하고, 때론 배려하고 양보하며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쓴다. 그런 모습들이 쌓여 관계는 시작되고,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우리는 본래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좋았던 감정만큼 서운함도 따라오고, 이해했던 부분보다 오해가 더 커질 때도 있다. 그 사람의 단점이 보이고, 나 역시 그 사람에게 모난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오래 지낸 관계의 끝이 아름답기란 참 어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갈등은 대부분 욕심에서 비롯된다. 기대 이상의 바람,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이 돌려받고 싶은 마음, 나만큼 배려해 주길 바라는 욕심.

그 작은 틈에서 서운함은 싹트고, 실망은 천천히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른다.


일도 그렇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누구보다 애정을 담아 노력했다. 하지만 끝까지 그 열정을 유지하고, 처음처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지막이 흐릿해지고, 관계가 어색해지고, 어떤 일은 미완으로 남아 마음 한 구석을 찜찜하게 한다.


그럴 때마다 깨닫는다.

시작보다 더 어려운 건, 끝이라는 사실을.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끝은 마음과 인내, 배려와 책임이 없으면 아름답게 맺기 어렵다. 떠나는 뒷모습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사람 사이도 그렇다.

끝까지 예의를 지키고, 끝까지 존중하며, 끝까지 따뜻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떠나는 순간이 서운함보다 고마움으로 남는 관계, 헤어짐이 미움보다 웃음으로 남는 관계. 그것이 결국 우리가 닿고 싶은 관계의 모양이 아닐까.


삶이란 얼마나 많은 시작과 끝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 모든 장면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처음만큼 끝도 진심이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생각해 본다.

내가 떠나는 자리, 내가 마무리하는 관계, 내가 정리하는 일들 속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를. 내가 그려온 시작보다 끝이 더 따뜻할 수 있도록, 내가 머문 자리가 뒤늦게라도 고마움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시작만큼이나, 아름다운 끝은 인생에서 가장 귀한 선물이다.

끝이 좋으면 그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따뜻하게 남아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든다. 결국, 사람의 품격은 떠나는 순간에 드러나는 법이니까.


한 줄 생각 : 좋은 시작은 설레게 하지만, 좋은 끝은 오래도록 마음을 머물게 한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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