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어디쯤에서 나로 살아간다

나다움

by 서담

비 오는 날이면 괜스레 나를 돌아본다.


삶은 때때로 우리를 양극단으로 밀어붙인다.

모든 것을 초월한 듯 평정심을 잃지 않는 성인의 경지와,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내하는 속물적 본능 사이.

그 어디쯤, 애매하고 불완전한 그 틈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

완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너진 채도 아닌

흔들리며 고뇌하고, 때로는 갈등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면서

조금씩 ‘나다움’이라는 얼굴을 빚어가고 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늘 한 가지를 요구한다.

단단하라, 흔들리지 말라, 정확하라.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본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기쁨 속에서도 불안을 느끼고,

성취 속에서도 허무를 마주하며,

사랑하면서도 상처받고, 살아가면서도 자주 무너진다.


그런 복잡한 내면을 안고 살아간다는 건

결코 나약한 일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인간다움의 증거다.


나는 초월할 수 없기에 더 고민하고,

완전하지 않기에 더 성찰하며,

흔들리기에 더 깊이 바라본다.

그 불완전함이 나를 나답게 만든다.


누군가는 단단한 목표 하나를 정해두고

흔들림 없이 직진하는 삶을 살지만,

나는 흔들리면서 나를 더 알아가고,

서성이다 마주친 그림자 속에서

비로소 내 마음의 진짜 소리를 듣는다.


때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자책하는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나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성인도 속물도 아닌,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다움’이라고 믿는다.


흔들리는 동안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삶 앞에 서서 묻는다.

지금의 나는 나에게 진실한가.

그 물음이, 나의 하루를 다잡는 힘이 된다.


한 줄 생각 : 흔들리는 그 자리에 내가 있다.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진짜 나다움이 자란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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