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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마녀 Jun 16. 2020

미역국보다 엎드려 절 받기를 더 챙기는 엄마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이가 콕 집어 말한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ㅣ남편과 큰아이들은 맛없다 그랬다 ㅡㅡ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들은 생일날 전날이 가장 설레고 신난다. 부루마블의 우대권과도 같다고 할까?

                                    

엄마, 내 생일날 뭐해줄꺼야?


  가게에 온 꼬마 손님이 엄마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 우리 첫째 아이도 저만할 때 비슷한 말을 했드랬는데, 여느 아이들이나 마찬가지구나! 올해 고1인 큰아이가 두 돌 즈음되었을 무렵, 이제 막 말을 배운 꼬맹이가 어린이집에서 하던 단체 생일파티를 경험하고는 깨달았나 보다. 


생일이 참 좋은 거구나! 
선물도 받고 맛있는 것도 먹는.. 
그런 날이구나!


                     

  첫째 아이를 낳으면서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하나 있다. 부모에게 감사하고 세상에 태어난 걸 행복하게 여기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가장 축복받는 생일날이지만 그저 들뜨기보다는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게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첫째 아이 두 돌 때부터 생일날 아침 '엎드려 절 받기'를 교육하게 되었다. 첫째 아이뿐만 아니라 둘째 아이, 막둥이 모두 3살 생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내가 호들갑을 떨어 출근하는 남편을 주저앉히고 아이를 앞에 세워놓고 인사말과 함께 큰절을 받는다.

                   

엄마, 아빠!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사를 못 외워 NG 몇 번 났다 ㅋㅋ

                              

  쑥스러워하면서도 넙죽 절하는 아이를 보며이 아이를 뱃속에서 10달을 키우고 또 세상에 내어놓고 하루하루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사랑한다 안아주고 입 맞춰주던 날들이 머릿속에 휙휙 지나간다. 큰 절을 하고 나면 아빠, 엄마에게 차례로 달려가 안기면 나와 남편은 돌아가며 꼭 안아주고 아이에게 축하인사를 해준다

                       

엄마(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생일 축하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당장은 아이가 무슨 의미인지 깊이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는 생일이라는 것이 당연히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뭘 해주는 날이 아닌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고 자신을 키워주는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는 아이가 나에게 올 수 있는 인연이 결코 흔하지 않음을 각성한다. 날이 갈수록 각박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 해지는 시대에 이 정도면 서로가 윈윈 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일날 저녁, 케이크에 촛불 붙여 축하인사를 해주고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해 아이의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하루 종일 아이의 텐션이 하늘을 뚫고 솟아오른다.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세상 행복하구나...^^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생일을 보내는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게 하찮은 존재가 아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아이,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고 컸으면 좋겠다

                         

  공부야 뭐, 못해도 괜찮다! 나는.


  1학년이던 작년, 막둥이가 난생처음 본 단원평가에서 어마 무시하게 틀려온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숫자 60을 예순으로 읽는 걸 당장 모른 들 어떠하리. 종이 접기로 표창 2개를 스스로 만들어냈음을 본인이 더 뿌듯해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괜찮다.

(공부를 시켜야 하려나..? 크흑~)


그저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이로 크는 것, 그것이 생일날 아침 미역국보다 엎드려 절 받기를 더 먼저 챙기는 엄마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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