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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마리
Dec 01. 2023
맥북과 아이패드를 산지 1년이 흘렀다
눈을 뜨니 새벽 4시 반이었다.
5시에 시계를 맞추고 잤는데 30분이나 일찍 일어나다니. 침대에서 바로 일어났다.
부엌으로 가서 커피포트의 전원버튼을 켰다. 얼마 전 일본여행에서 사 온 커피드립백을 조심스레 컵에 세웠다.
보글보글 끓은 물을 컵에 부으니 연한 커피 향이 코끝에 느껴졌다.
드디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동안 거실에 있는 탁자에만 앉았는데 언젠가부터 골반이 아팠다.
멀쩡한 책상 놔두고 이게 뭐 하는 거지, 싶어서 앉을 수 있는 마음이 들도록 책상을 정리했다.
하지만 책상 앞에는 잘 안 앉게 되었다.
그러길 몇 주가 지났다. 새벽에 일어나서 이번에는 5분이라도 책상에 앉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책상 앞에서 놀고만 있던 허리에 좋은 유명 브랜드 의자에 오랜만에 앉으니 너무 편안했다. 이 좋은 의자를 두고 왜 딱딱한 의자에 계속 앉았던 거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펜을 들고 모닝페이지를 쓰려는 찰나, 책상 한쪽에 놓여있는 맥북이 보였다.
맥북 위로 먼지가 쌓여있었다.
이럴 수가...
안 되겠다 싶어서 티슈로 먼지를 닦아냈다.
바로 옆에는 아이패드가 세워져 있었다. 혹시나 싶어 화면을 켜니 배터리가 딱 1프로 남아있었다.
잘 쓰고 있던 노트북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맥북병에 걸리고 말았다.
맥북 후기에 관한 글과 영상을 보고 또 보며 몇 개월 동안 고민만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작가가 맥북으로 갈아탔는데 키보드 터치감이 너무 좋다고 했을 때 나도 맥북을 사야겠다고 드디어 결심을 했다.
맥북만 사면 글이 뚝딱뚝딱 나올 것 같았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맥북보다 아이패드를 6개월 할부로 먼저 샀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6개월 할부로 맥북을 구매했다.
새벽배송으로 맥북이 도착했을 때의 그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조심스레 포장을 벗겨내면서 역시 애플의 감성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을.
맥북을 가방에 넣고 카페에 갈 때 흠집이 날까 봐 커버도 구입했다.
하지만 맥북을 켤 때마다 인터넷은 어디서 켜는지, 이 창은 어떻게 여는지, 닫는지가 매번 헷갈렸다.
구매기록을 보니 작년 9월,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계속 쓰다 보면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내가 맥북을 쓴 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이패드는 유튜브만 보는 용도로 전략해 버렸다. 아이패드만 사면 드로잉도 해보고 기록도 열심히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기능을 알아보는 게 어렵고 귀찮게만 느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회사에서 쓰는 큰 모니터가 최고였고 집에서는 핸드폰 외에는 다른 기기는 잘 안 쓰게 되었다.
언제였더라, 정말 오랜만에 맥북을 들고 카페에 갔는데 비밀번호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몇 번 시도를 하다 결국 써보지도 못하고 맥북을 그대로 집으로 들고 왔다.
이러는 와중에 지금 5년이 된 갤럭시 폰을 뭘로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에어
드롭이 되는 아이폰으로 바꿔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이제 나는 나를 안다, 다행히도.
아무리 최고의 도구가 있더라도 이게 모두에게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 최고의 도구는 노트와 펜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면 몸과 마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노트에 한 글자 한 글자 나의 생각을 뱉어내며 정리할 때, 나에게 몰입하는 그 순간에 얼마나 희열을 느끼는지 모른다.
맥북과 아이패드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천천히 용기를 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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