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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Feb 19. 2024

6. 여행, 계획 리스트보다 더 중요했던 건

곧이어 보딩이 시작되었다.


어느새 긴 줄이 만들어졌고 빨리 비행기에 타고 싶어서 그 줄에 합류를 했다. 늦게 타도 큰 상관은 없겠지만 빨리 기내로 들어가고 싶었다. 보딩패스와 여권을 양손에 각각 들고 줄어드는 줄을 보며 한 걸음씩 앞으로 이동했다.


직원이 보딩패스를 스캔하고 드디어 게이트를 통과하자 도쿄행 비행기가 저 멀리 보였다.


아, 정말 떠나는구나.


여행 전날, 너무 설레서 잠이 안 왔다면 지금은 진짜 떠난다는 생각에 살짝 흥분이 되었다.







기내의 좁은 통로는 짐을 위로 올리려고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내 좌석은 14열, 멀리 가지 않고도 자리에 금방 앉을 수 있었다. 좌석은 3 열이었다. 내가 앉자마자 어떤 여성분이 창가좌석이라며 얘기를 하길래 벌떡 일어나서 안으로 들어가게 해 드렸다. 이제 바로 내 옆, 중간에 앉을 사람만 오면 좌석벨트를 매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들어오는 사람들을 살펴봤다.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탑승을 다 마치고 곧 출발예정이오니 좌석벨트를 매고....."


앗, 아직 내 옆에 사람이 안 왔는데 탑승이 끝났다고?


곁눈질로 앞뒤를 살펴보니 거의 좌석은 꽉 차있었다.


아무래도 이 좌석의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비행기는 옆자리가 빈 상태로 이륙을 했다. 속으로 야호! 를 외쳤다.


덕분에 2시간 동안 조금은 여유 있고 편안하게 앉아 갈 수 있었다.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잠을 좀 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깊은 잠에는 들지 못했다.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다 좌석밑에 놓아두었던 책가방에서 도쿄 여행가이드북을 꺼냈다.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며 아직 가보지 못한 장소들을 위주로 읽어 내려가보았다.


여기에 이런 빵집이 있었구나, 이 카페는 또 뭐지? 여기 가서 이 디저트를 먹어봐야겠다.


도쿄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곳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너무 계획도 없이 떠난 게 아닐까, 싶어서 열심히 설명을 읽어 내려가며 핸드폰 메모앱에 하나둘씩 적어보기도 했다.


최근에 이렇게 집중을 잘한 적이 있었던가!


도쿄에서 할 일, 이라는 제목으로 10개 정도 먹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것, 살 것들을 신중하게 적어 내려가보았다. 어차피 가이드북은 무거워서 들고는 돌아다니지는 않을 예정이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 홀로 도쿄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났다.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예정이오니 좌석벨트를......"


아, 아직 10개를 못 채웠는데 어떡하지, 우왕좌왕하다 할 수 없이 가이드북을 책가방에 황급히 넣었다.


그래,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언제는 뭐 얼마나 계획을 하고 떠났다고.


도쿄시내를 발길 닿는 대로, 내 마음대로 원 없이 돌아다니고 싶었다.


나의 진짜 계획은 그것이었다.




https://brunch.co.kr/@marimari/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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