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에 관하여
일상 에세이를 좋아한다. 작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직접 보고 겪은 느낌을 기록한 글을 보는 것도, 생각의 기록도,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쓰는 것도, 모두 나를 설레게 한다.
작가의 생활을 담백하게 담아낸 글들을 읽다 보면 나의 마음이 둥둥 울린다. 평소보다도 감정의 소용돌이가 내면을 가득 채우는 날에는 오히려 책을 조용히 덮는다. 그리고 그 느낌을 간직한 채 나만의 글을 적는 시간을 가지는데 나는 이 찰나를 참 좋아한다. 그 순간은 한껏 감성적이고 예민해져서 정말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한다.
괜찮은 글귀를 적어내는 날은 기분이 고양된다.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내는 과정은 너무나도 설레는 일이다. 마치 옹알이를 하던 아이가 갑자기 정확한 단어를 뱉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그 순간을 느끼기 위해 언제나 책을 읽고 쓰기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일상 기억의 한 켠을 끄집어내고, 떠오르는 단어를 조합하고, 이를 보기 좋게 다듬는 과정에서 나는 슬프게도 한계에 직면한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문체까진 아니더라도 투박하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글솜씨가 탐이 난다. 글쓰기와 멀었던 지금까지의 삶을 후회해보기도 하고, 억지로라도 앉아서 몇 자라도 더 적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해낼 수 있는 영역은 아직 손바닥만한 웅덩이 정도였다.
욕심이라는 건, 물론 적당히 발휘된다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갑자기 잘되는 일이란 없다. 모든 일은 노력이 들어갔을 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씩 묵묵히 땀 흘리며 올라간 사람만이 산을 오르는 보람과 정상의 기쁨을 느끼는 법이다. 그러니 나는 욕심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차분히 앉아 오늘도 글쓰기를 한다.
나는 하루하루를 담담히 담아내는 사람이고 싶다. 이것이 내가 글을 배우고 쓰는 이유다. 내가 본 여명의 하늘도, 가족들과 먹었던 음식들도, 하루 종일 함께 했던 사람의 모습도,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나의 생각들도. 특별히 모나거나 티 나지 않게, 친구에게 전해주듯이 글로 털어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