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를 지금이라도 시작해봅시다.
2024년이 오기 며칠 전, 나는 새롭게 올 한 해를 맞이하고자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글쓰기, 운동, 파이썬 공부. 하나만 제대로 해도 버거울 세 가지를 동시에 하기로 한 것이다. 꾸역꾸역 실천해 본 결과 그중 단연 지키기 힘든 건 바로 운동이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몸무게가 많이 늘었는데, 몸이 무거워지니 움직이는 게 더 싫어지고, 운동은 더 안 하고, 다시 살이 쪘다. 그럼 몸이 더 무거워진다. 다니겠다고 마음먹었던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은 올해 동안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최악이었다. 내 몸뚱이는 이대로 가만히 두면 올해가 다 가도록 영원히 운동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1:1 필라테스를 끊은 건 자의 반 타의 반인 셈이다. 남편과 나는 혼자서 안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생각보다 내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슬픈 날이기도 했다. 다른 운동도 고민해 봤지만, 필라테스는 이전에 반년 넘게 해보기도 했고, 특히 1:1은 소심한 내가 남들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해서 큰 고민 없이 고를 수 있었다.
기왕 시작한 거 열심히 하기로 다짐하며 간 첫째 날, 나는 지옥에 손가락 정도 담가본 것 같았다. 강사님이 나의 상태를 보고 난이도를 조절해 주신 덕분에 그 정도였다. 왠지 사뭇 비장했던 나 자신이 창피해졌다. 언제나처럼 한 걸음씩 걸어야 했는데 또 잊고 말았다. ‘예전에 해봤으니까 금방 따라갈 수 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들켜버린 기분이 들었다.
더 비참한 건 나의 발버둥이 필라테스라기보다는 기초 운동에 해당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전에 배웠던 필라테스는 자세를 흉내 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온몸이 뻣뻣했고, 복근은 다 어디론가 가버려 찾을 수 없었다. 우울증과 공황에 빠져 운동을 하지 않았던 3년의 시간이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근육통도 황당함의 주범이었다.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근육통만이 엄청나서 운동 후부터 다음날까지 걸을 때마다 다리가 저릿저릿하고 둔탁한 통증을 호소했다. 물론 가만히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온몸 근육이 아팠다. 덕분에 운동이 끝나고 나면 아프다는 (남들이 보기엔 엄살처럼 보이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운동이 잘 된 결과라고 했다.
찾아보니 근육통은 근육의 미세한 손상과 염증에 의해 발생하며, 운동 후 어느 정도 따라온다고 한다. 근육을 쓰다 보면 미세하게 손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근육의 성장을 불러온다고. 그래서 내 마음대로 근육통을 성장의 신호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픔이 아닌 성장. 느낌이 좋았다. 언젠가 이 자잘한 통증들이 내 성장의 신호탄이 되길 바라본다.
이제 1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달을 마무리하며 보니 그나마 마음 한 켠에 불편하게 자리 잡고 있던 운동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묵묵히 운동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