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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북 Feb 15. 2024

우리에게는 누구나 초보의 시기가 있다.

미숙한 우리를 응원하며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사춘기인 10대였다. 하지만 나에겐 그 못지않게 힘들면서 흑역사까지 함께한 때가 있었다. 바로 20대다. 성인이 됐다는 말이 무색하게 20대의 나는 너무도 어리숙했다. 때문에 창피할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들은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참을성이 없으면서 그게 정의라 여겼고, 맞서 싸워야 하는 일들에서는 찌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많은 일들을 그저 회피했고, 원하던 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울음으로 마음을 달래던 울보의 모습까지 빠짐없이 갖춘 20대의 나는 못난이 그 자체였다.


성인이 되었다는 기쁨에 빠졌던 순간은 정말 잠시뿐이었다. 선배들의 한 두 마디로 쉽게 이루어지는 학과 내 폭력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어렵게 골라 들어간 하숙집에서는 보일러조차 잘 켜주지 않아 씻을 때 애를 먹었다.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아니 더 많은 일들 앞에서 나는 당당하게 나의 주장을 말하지 못했고 싸우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내는 상상들조차 돌아보면 무엇을 바꾸기에는 치기 어린 행동들 뿐이었다.


친구 사이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들조차 나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친구라 믿었던 아이는 다른 친구와의 친분을 쌓기 위해 나를 이용했으며, 항상 내 자존감을 깎아내렸고, 일부러 연락을 끊어버리고 나의 걱정을 받는 걸 즐겼다. 하지만 나는 이런 관계를 끊어내기 위해 노력하지 못했다. 성격이 둔한 편이었지만 슬픈 건 마음까지 그렇진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상처받고 자주 울었다.


지금 돌아보며 생각해 보니 20대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의 시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조차 비싼 학비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렸고, 누구나 하나쯤 가정사가 있었으며, 심지어는 자취방 전세금을 사기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울면서 취직을 준비해야 했고, 또 괴로워하면서 꿋꿋하게 버티기 위해 노력했다. 원하던 대학을 입학하면, 졸업하면, 취직을 하면, 인연을 만나면,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면 끝날 줄 알았던 수많은 과업들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 가지를 이뤄낸 기쁨도 잠시, 다른 일들이 또 기다리길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듯한 걸음새로 20대에서 또 한 걸음 멀어졌다. 부딪히고 쓰러지고 울고… 그러면서 풋풋하고 어리숙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조금은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더 나은 내가 되었다 여겨본다. 먼 길을 걸어온 지금은 어른이 되는 부끄럽고 어리숙했던 그 순간이 반드시 필요했음을 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나의 최선이었음도.


우리에게는 누구나 초보의 시기가 있다. 비틀거리는 운전, 어렵게 얻은 첫 직장 등 다양한 곳에서 우리는 미숙하다. 이렇게 따진다면 20대는 초보 어른이 아닐까. 마구 흔들리고 때로는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 걸음마에 도전하는 아기를 바라보듯, 비틀거렸던 나의 20대를 고생했다며 보듬어주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나아가는 20대, 모든 초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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