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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북 May 28. 2024

당신은 유행을 따라가고 있습니까.

'유행 따라잡기'의 즐거움에 관하여

나는 유행과 거리가 멀다. 사실 그렇게 생각해왔고 그 소재로 글을 쓰려했다. 그런데 공부하면서 한쪽으로는 딴생각을 했던 탓일까, 아니면 맛있게 버블티를 시켜 먹고 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나도 따르는 유행이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바로 ‘먹는’ 유행이다.     


‘먹는’ 유행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신상 메뉴를 맛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과자, 햄버거, 피자 등 다양한 신상이 출시된다고 하면 꼭 먹어보고 맛을 평가하곤 했다. 요즘에는 특히 MZ 세대를 겨냥해 나오는 특이한 과자들이 한정판으로 출시되면서 나의 즐거움을 더욱더 자극했다. 덕분에 마트에 가면 신상 과자들이 한 봉지씩 정갈하게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건 일상이었다.      


신상을 먹어보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할 데가 없었다. 누가 어디 음식점을 간다고 하면 새로 나온 메뉴 중 맛있었던 것을 추천해 주는 재미도, 신상 과자를 여기저기 하나씩 건네며 인심을 쓰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중에도 대학생 때부터 모든 과외비를 털어 동생에게 아직 맛보지 못한 메뉴를 사주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는 기분이랄까. 내가 좋아하게 된 그 음식들을 동생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행복했다.     


평상시에도 나는 먹을 걸 좋아하긴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만큼은 나의 슬픔도, 쌓여있는 일과 과제들도 생각나지 않았다. 매 끼니 혀에서 당기는 메뉴가 다양했고,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어울리는 디저트가 다시 생각나 또 먹기도 했다. (이래서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한 가지 메뉴에 꽂히기라도 하면 일주일 내내 먹을 수도 있어 함께하는 이를 질리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런 에피소드조차 즐거웠다.      


유행을 따르는 일은 소비적이고 따라가기 버거운 일만 있다고 생각했건만. 이제야 어쩌면 그건 내 머릿속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함께하는 유행을 따라가 보는 일은 꽤나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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