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혹이 생긴 나무에게 배웁니다.
정함 없이 버스 타고 가다 제주 북촌 마을에 내렸습니다. 마을 길을 걷다 여기저기 큰 혹을 달고 있는 퐁낭(팽나무의 제주 방언)을 만났습니다. 나무에 붙은 수많은 혹들을 유쥬(乳株)라고 하는데 오래된 나무에서 나타납니다. 울퉁불퉁 징그럽기도 하고 안에서 밖으로 갑자기 폭발하여 터진 흔적과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혹이 생긴 이유는 나무의 양분이 모여서 라고도 하며 사람이 지방이 뭉친 것처럼 나이 든 나무에게도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제 눈에는 나무의 암처럼 보였습니다. 학계에서 정확한 근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이었다면 아마 병원을 가서 진단을 받고 진단을 기다리는 사이 불안에 사로잡혔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무는 기둥 전체에 혹들을 두른 채 조용합니다.
나무는 그 자리에서 고요히 서 있습니다. 잠잠합니다. 어쩌면 큰 병에 걸렸거나 암일지도 모르는데 혹 여러 개 달고 그대로 서 있습니다. 저는 혹들에 손을 대고 쓰다듬어 봅니다. 그리고 나무의 고요를 배웁니다. 나무처럼 고요한 사람 된다면 편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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